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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Apr 17. 2023

우리에게 다시 와줘서 고마워, 튼튼아

첫 임신 그리고 유산 후, 다시 또 임신


 유산 후 약 두달만에 첫 생리를 했다. 적어도 유산 후 6개월에서 1년은 지나 다시 임신을 시도해야한다거나, 첫 생리 정도만 해도 괜찮다는 등 인터넷엔 여러 말들이 많았다. 원래도 주기가 한달 반(40일) 이상으로 길었던 나였기에, 첫 생리도 그 정도 주기보다 살짝 넘게 시작했다. 의사와 상의해보니, 나처럼 이른 극초기 유산의 경우 첫 생리가 호르몬이 회복되었다는 신호이기에 바로 임신시도를 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도 했기에,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갖고 임신을 준비했다


 첫 임신만큼이나, 두번째 임신도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아 성공했다. 이번엔 설레는 마음보단 좀 더 차분했다. 병원에 가서 정상임신인지 제대로 확인이 된 후에 기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좋아하긴 했지만, 너무 호들갑 떨지 않기로 했다. 지난번과 같이 병원에 다녀와서 양가에도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다시 똑같은 산부인과에 전화로 초진 예약을 잡았다. 마찬가지로 첫 생리 기준 임신 8주로 예상되는 시기로 예약이 잡혔고, 그 전까지 쿵쾅대며 (나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애써 평상시와 같은 일상을 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 두번째 임신의 신호는 지난번에 비해 꽤나 강렬했다. 김치냄새는 커녕 수돗물 비린내도 역하게 느껴지는 입덧은 센놈이었다. 어떤 음식도 식도를 넘기기 힘들었다. 남들은 과일을 많이 먹는 다는데, 과일만 먹으면 과일의 신맛과 산을 위가 못받아들여서 다 토해버렸다. 모든 음식을 소화를 못시키는 와중 아이러니하게도 그나마 빵과 고기는 조금 아주 조금 먹을 수 있었다. 강렬한 입덧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안했다. “아 정말 존재감이 확실한 아기가 찾아와주었구나” 라는 생각때문에.


 지난번에는 며칠동안 겪고 사라졌던 입덧증상은, 이번엔 절대 사그라들지 않았다. 입덧 덕분에(?), 많이 잦아진 불안한 마음을 갖고 산부인과 초진을 다녀왔다. 두근두근..


Congratulations!




 초음파 화면에, 인터넷에서만 보던 꼬마곰 꼬물이가 날 반겨주었다. 긴장으로 가득찼던 차가운 초음파실은 꼬마곰 화면으로 어느새 행복한 기운이 넘치는 따스한 공간으로 변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가는 8주 정도로 보였고, 심장도 쿵쾅쿵쾅 우렁찬 소리로 잘 뛰고 있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손가락 한 마디 보다도 작은 존재가, 본인의 존재감을 누구보다 크게 뽐내며 우리를 반겨준다는 사실. 벌써부터 대견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드는 예비 도치맘이 되어버렸다.


 기쁜 마음 듬뿍 갖고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남편을 만났을 때, 남편은 내 얼굴을 보자말자 “다행이다!” 싶었다고 했다. 지난 가을 둘만의 외롭고 힘든 길을 버텨온 우리 부부에게 드디어 소중한 아기천사가 인사해준 날. 그 날은 우리에게, 지난번 만나지 못했던 튼튼이가 새로 찾아와 준 날이었다. 그래서 제이슨의 태명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이미 갖고 있는 태명이 있었으니까 :)


“튼튼아 다시 엄마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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