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사건에 대한 생각
이전부터 논란이 있던 압구정 모 아파트 경비원들이 전원해고 되었다는데, 오래 전 내가 과외를 했던 학생 둘이 거기에 거주해서 1년 가까이 자주 다녔었다.
당시 처음 일정기간 동안 나를 거기 입주민으로 착각한 경비원분들은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90도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그 분들은 해고될까봐 항상 모든 주민들에게 극진한 예절을 지키고 계셨다.
아버지뻘이신 분들이 아들뻘인 나한테 그러시니 너무 불편했다.(사실 화가났다..)
그래서 인사하는 분들에게 '아버지뻘 이신데 그러시니 불편하다. 앞으로 다른사람은 몰라도 저보시면 인사 같은거 하실 필요없다. 외부인이니 그냥 무시하셔도 된다' 고 말씀드렸다.
이 후로 여름에 학생하고 나눠 먹으려고 아이스크림 사갈 때 해당동 경비원분께 하나씩 드리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담소도 종종 나누기도 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분들과도 나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이제껏 만난 경비원분들은 회사에서 정년 퇴직 하신 후 일거리가 없거나 몸이 어딘가 다치신 분 등 여러 사연을 가지고 계셨다. 누군가는 무시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경비일이 절박한 생계수단이었다.
당시 그 아파트에서 두 명의 학생을 가르쳤는데, 내가 과외를 했던 학생의 아버지는 월 수입이 수천에서 억대에 달하는 피부과 의사였다. 다른 학생 집도 장사가 잘 되는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두 집 모두 적어도 재산이 최소 수 십억 이상은 있는 집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압구정 모 아파트에서 최저임금때문에 경비원을 해고 했다면 대한민국 아파트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지금 당장 모두 해고가 되야될거다. 뉴스보니 무슨 새벽 3시에 대리주차를 시켰다는 말도 있던데.. 경비원이 있어서 입주민들이 누리는 편리가 생각해보면 여럿 있는데도, 어떻게든 자신이 가진 권한을 넘어 갑질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 즐거운지 의문이다.
내가 자주 왕래하며 나름 지켜본 바 다행히도 내가 과외를 했던 집 부모님들은 그런 분들은 아니셨다. 그래서 입주민 전체를 모두 일반화시켜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비원 해고 조치는 그 곳 입주민 상당 수 이상이 동의했기에 해고가 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겉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그냥 말도 안되는 소리고..
자신들에게는 밥 한 끼 수준 밖에 안되는 돈 조차도 더 주는게 아까운건지.. 언론에 경비원 문제가 터져서 주민전체가 욕을 먹어서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인 다른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속좁게 인생 사는건 아닌거 같다. 경비들이 자기 일 제대로 안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이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데.. 나름 이용해먹을건 다 해먹고 최저임금 때문(그 곳 주민들에게는 이유가 될 수 없다)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명분으로 전부 해고 한건 정말 좀 아니다.
단편적으로 현재 우리사회가 얼마나 온정이 없는가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씁쓸하다. 그리고 내가 보았던 경비원 아저씨들중 최근까지도 일하고 계신분이 있었다면 그 분들도 해고 되셨을텐데 마음이 좋지 않다.
경비원이든 청소부든 배달원이든 그냥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