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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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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stle Aug 20. 2017

양양 서핑- 흙탕물 파도에 통돌이당하기

네번째 서핑

네번째 서핑 트립

2016년 7월 16일 토

@양양 인구리 바다


1.6미터나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높고 셌다.




세번째 트립에서 높은 파도를 만났다면, 네번째 트립에서는 높은 데다 비가 와서 흙탕물이 된 파도를 만났다. 

파도는 다 똑같은 모양일 거라 생각했는데 서핑을 하다 보니 정말 그때그때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예측불허였다.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지구인가!


비가 오니 사이즈가 큰 웻수트때문에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나서, 괜히 따뜻한 수트가 입고 싶어 슬기 오빠를 졸라 5미리 수트를 입어 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후드를 입고 벗으면서 지옥을 맛보았다. 후드에 볼살이 밀려 얼굴이 못생겨지는걸 보며 서로 낄낄 웃었다.


세번동안 동산리 바다만 가다가 처음으로 간 인구리 바다가 살짝 무섭기도 했다. 

지형도 잘 모르는 데다가 바닥도 흐려 보이지 않았으니.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해 라인업까지 들어가는 데 애를 먹었고, 하다가 중도하차해서 모래사장에서 쉬는 시간이 더 길었다. 간신히 라인업에 들어갔다 싶으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왔다. 보드를 놓쳐 물 속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비와 파도 때문에 눈에 자꾸 물이 들어가 고생했다. 모자를 사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과 모래사장에 망연자실하니 앉아서 라인업을 날아다니는 서퍼들을 구경했다. 

역시 이 날도 '내가 왜 양양까지 와서 고생을 하고 있는가'의 마음. 단 한번도 못 일어난 날이었다.


파도에게 내동댕이쳐지고 세탁당한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천막 아래에서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먹었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이렇게 말했던 게 기억난다. '오늘 네번째 트립인데, 파도가 정말 무섭다는 걸 깨달아 가고 있어요.'


7월에는 마침 강원도 포켓몬 제철이라, 모두가 빗속에서 포켓몬을 잡던 모습이 아련하다.

심지어 돌아오는 셔틀 안에서도 포켓몬 사냥에 열중이었다.


망연자실하였으나 그래도 다양한 파도를 접해보고, 다른 바다를 경험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 바다는 과연 또 어떤 모습일까. 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많이 무섭고 지쳤던 날. 벌써 일년 전이었구나. 흙탕물이 된 파도는 그 뒤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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