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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팍틸 박경화 Mar 18. 2020

그대여, 안녕하신가?

오늘 유난히 생존 확인 전화를 많이 주고받았다. 내 목소리 들으니 눈물 날 만큼 반갑다는 이도 있었다. 평생 함께한 전화이건만 다들 고립 아닌 고립 상태가 되고 보니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화 기술이 꽤나 인간적인 느낌이다.

요즘 고민이 많다. 단순히 위기 속에 힘든 요소들 때문도 있지만 그보단 훨씬 깊고 어둡다. IMF 세대인 우리 세대는 사회에서 제대로 꽃피워 보지 못하고 시들어 간다고 세상을 원망했고 저주받은 세대라 한탄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막차 탄 세대란 것을...

그 시절과 현재가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하다고 느낀 이유도 같은 이유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가 겪은 많은 변화가 일찍이 본 적 없는 두려운 것들이었다. 인더스트리 4.0 시대, 노동 없는 사회, 기본소득 논의 등이 쟁점화하던 시점이었다. 국가들도 저마다 자국 이기주의로 치달았으며 각자 도생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시그널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지금,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가 지구의 정복자인양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개발한 대가가 점점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이제 대면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한 기업과 사회는 디지털을 더 강조하고 고도화 시킬 것이다.

페친이자 나와는 오랜 증권사 동료인 모 기업 본부장님도 자신의 SNS에 이런 표현을 했다. 유례없는 전 자산 군의 동반 하락과 긴급 부양책들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가 안녕하신가'로 연결된다는 표현이 폐부를 아프게 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안심 시켜주며 마무리되었지만 글쎄 지금 아니라도 앞으로도 그럴까? 선뜻 답을 하기 어렵다.

우리 다음 세대는 어떤 세상을 살게 될까? 우리보다 나은 게 있어야 덜 미안할 텐데 영 자신이 없다. 차마 미안함도 미안해서 건네기 어려운 상황. 지금이라도 잘 해야 되는데 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또다시 막차를 탄 것인가?라는 질문이 허탈감과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IMF 때 힘든 내 나라 살려보겠다고 집집마다 내놓은 금 모으기로 희망을 보았었다.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그래서 어떤 희망의 공을 쏘아 올릴 것인가. 유난히 모두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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