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
1. 이번 주 갑작스러운 부고 문자를 받았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순간 갈등했다. 나에게 중요한 분이라 잠시의 갈등을 뭉개고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부고 안내 후 곧바로 가는 사람이 적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병원 장례식장 부근에 다다르니 살짝 겁이 났다. 운전해서 가는데 병원 안내 대신 온통 코로나 선별 진료소 안내 표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진료 보는 병원이구나' 싶으니 겁이 난 것이다. 살짝 걱정을 안고 도착한 병원은 놀라웠다. 정문에서부터 선별 진료(오른쪽)와 일반진료(왼쪽) 이런 식으로 구분 지어 진입시켰다. 지하 주차장 내려가니 지하 1,2층 폐쇄 3층부터 주차하도록 안내되어 있었다. 지하 3층 내려가니 주차 안내분이 어디 왔냐 묻고 장례식장 왔다고 하니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알려준다.
장례식장 전용 엘리베이터 안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고 내리니 바로 장례식장이다. 입구에 한 명씩 지나가도록 놀이공원 대기줄 같은 유도 줄이 있었다. 방문자 모두 간단한 정보 작성 후 제출하고 입장하도록 했다. 열 감지기도 있었다. 삼엄한 관리에 오히려 바깥보다 병원이 더 안전하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지인을 만나니 이 시국에 와주었다고 놀라워한다. 괜한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2. 다다음날 새벽, 큰 애가 아프단다. 잘 안 아픈 녀석인데... 머리 만져보니 열이 난다. 덜컥. 아... 뉴스로만 보던 것이 우리 집도 찾아왔나 싶었다. 평상시 같으면 열쯤이야 하고 응급처치(?) 후 동네 병원 갔을 텐데...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병원을 가자니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민폐일 거 같아 병원도 선뜻 못 가겠다.
열 재고 고민하는 사이 아침 6시가 되었다. 일단 1339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할 작정이었다. 혼란스러울 땐 주최 측이나 전문가와 상담하는게 답이다. 곧바로 연결되었다. 전화받은 그분께 솔직히 이야기했다. "아이가 열이 나는데요. 38도 넘어서요. 그런데 시기가 이러니 동네 병원도 못 가겠고, 열나는 거 외엔 별다른 호흡기 증상은 없고...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서요." 말이 횡설수설했다. 몇 가지 물어온다. 대답하니, 코로나가 의심되는 정황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염려한 대로 시기가 이래서 동네 작은 병원은 진료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료를 볼 수 있는 안심 병원이 있는데 그곳을 안내해 줄지 묻는다. 그렇게 해달라 하자 거주 지역을 묻고는 2군데 안심 병원을 안내해 준다. 혹시 모를 코로나 검사를 묻자 그것은 방문하는 병원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새벽인데도 너무나 깔끔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깜짝 놀랐다.
해당 병원을 검색하니 이미 병원과 코로나 선별 진료 번호가 분리되어 있었다. 선별 진료 쪽으로 전화해 1339 상담 내용을 이야기하자, 9시부터 진료 시작이니 시간 맞춰 오란다. 그제야 안심이 되어 잠시 집에 있다 출발했다. 귀한 새 마스크와 손소독제까지 챙기고서... 병원에 도착하자 선별 진료 안내가 커다랗게 되어 있었다. 이미 익숙했다. 그제 장례식장에서 경험했으니...
선별 진료소 가까이 가자 검은 특공대원 복장 같은 옷을 입은 분이 달려온다. 9시 살짝 전이라 내가 첫 방문인듯 했다. 대략 이야기했더니 일단 아드님과 대기실 있을 테니 야외 주차하고 오라고 안내해 준다. 주차하고 다시 가니 컨테이너 박스 임시 건물에 커다랗게 번호들이 쓰여 있었다. 대기실로 가니 내용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리고 알려준 내선 번호로 전화하니 누군가 받는다.
몇 가지 질문하고는 (최근 방문지역, 의심 환자 접촉 등) 우린 코로나 검사 대상이 안된단다. 읭? 뭐지... 7번으로 와서 똑똑 노크하란다. (임시 대기장소는 1번이었다) 작성 종이를 들고 혹시 몰라 아들하고도 거리를 둔 채 7번으로 갔다. 똑똑 두드리니 완전 무장한 의료진 한 분이 나온다. 전화로 질문하던 그분이다. 작성한 종이를 받고, 다른 종이를 주면서 이걸 들고 병원 내과 일반진료를 받으라 한다. 그 종이는 '일반진료 의뢰서'였다. 약간 허탈했다.
다시 병원 정문으로 가 병원으로 들어가려니 입구에서 방문 조서 각자 쓰고, 손소독제 한번 쓰고, 열 감지기 지나 병원 건물에 입성했다. (하아~ 지난하군) 진료 신청 접수하려는데 확실히 일반 환자는 적었다. 선별 진료소에서 받은 용지를 확인하고는 어디론가 전화 걸어 확인하더니 접수시켜 준다. 요즘 힘드시지 않냐고 묻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괜찮다 한다. 영웅이 따로 없다.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호흡소리도 좋고 열만 있으니 굳이 코로나 검사까지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단순 열감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폐렴 걸린 아이들도 검사해보면 음성 나오는 게 대부분이라며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다독여 주신다. 애들보다 어른이 문제라며 ㅎ 약 처방 해줄테니 3일 먹어보고 열이 계속 나면 그땐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 하신다. 약을 하루 먹였는데 바로 정상 컨디션, 2일차는 날라다니신다. 휴우~~ 어찌나 놀랐던지...
2일 동안 우리 의료체계와 대응을 생생히 경험하고 나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감사하고 대단했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다행이고 안심이다. 오랜 시간 품었던 미국과 유럽에 대한 로망까지 사라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