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이 유난히 기분이 좋다.
눈이 왔는데도 운전 걱정보다는 미소를 짓게 된다.
미루고 미뤘던 차량 정비를 받은 것이다.
연수원을 많이 다녀야 하는 직업 특성상 도심보다 외곽 운전이 많기 때문에 늘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과 눈길 운전이 걱정되는 겨울을 앞두고 차량 정비를 받는다. 이번에도 타이어를 교체하고, 엔진오일도 바꾸고 전체적으로 싹 점검받으니 마음이 평화롭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감정으로 ‘불안’과‘공포’가 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이 두 감정은 실은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정신분석가 정도언 서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공포는 외적 요인이 원인이므로 요인만 제거해 주면 공포감은 쉽게 사라진다. 예를 들면 피, 칼, 무대, 어두운 지하 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그에 반해 불안은 보이지 않는 내적 갈등이 원인이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금융가에 재직하고 있는 분들은 고객을 상대할 때 가장 어려운 경우가 투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불안을 느끼는 당사자도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터라 쉽게 이야기가 들리지 않거나, 막연한 불신감이 팽배해져 있는 탓이다.
나에게도 그런 불안이 있다.
신혼 초기에 신혼집에 불이 났었다. 화장실에 코드에 꽂아 두고 사용했던 헤어드라이기가 습기로 인해 스스로 가동되면서 불이 난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던 그 시절, 공사하는 동안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찜질방을 전전해야 했던 날들이었다. 당시 아이가 없어 다행이지 그 시절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뒤로 불에 대한 막연한 불안증세를 겪게 되었다. 가스불 잘 끄고 나왔는데, 모든 코드를 다 뽑고 나왔는데도.. 늘 불안하다.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계속 상존해 있는 내 마음의 불안 잔상들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불안을 내면에 내버려 두지 말고,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적어보는 것이 방법이다. 객관화를 시키기 위해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내가 제거할 수 있는 요인이라면 제거하고, 제거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포기하면 된다. 최근에 불에 대해서도 마음의 해방을 맞이했다. 집에 CCTV를 단 것이다. 이전에는 "불 껐다." 이렇게 스스로 대뇌 이곤 했지만, 이마저도 바쁜 날에는 건너뛰기 십상이었다. 간단히 6만 원 정도 하는 가정용 CCTV를 달고,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마음이 편안했다. 막연한 운전에 대한 불안은 정기적으로 전문가에서 점검을 받는 것으로 제거했다.
아인슈타인은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단 1시간 주어 진다면 55분은 문제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했다. 문제 해결에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불안도 원인만 파악하면 해결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평화를 만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