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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씨 Apr 28. 2021

엄마가 하고 싶은 것들은 말이지...


요즘 우리 딸이 잠도 혼자 뒹굴거리며 자기 시작하고 아침에 유치원 준비도 많은 부분을 혼자 씩씩하게 준비하잖어. 엄마는 이만큼 성장한 우리 환희가 기특하면서도 여러 감정이 들어.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엄마와 아빠는 우리 환희가 혼자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라, 지금 잡고 있는 10개의 손가락을 언젠가 모두 다 놓고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거든. 요즘 엄마 손가락 10개를 잡고 있다가 새끼 손가락 하나를 놓은 것 같은 느낌이야. 환희가 자라면서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을 놓을 때마다 더욱 더 믿고 힘이 되어 줄 엄마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께. 우리 딸이 뛰어도 걸어도 넘어져도 앉아 잠시 쉬어가더라도 뒤에서 지켜봐 줄 수 있게 말이야.


이렇게 씩씩하게 점점 자라는 너를 보며 엄마는 환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그래서 가끔 질문을 하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을래. 왜? 안되는 거야?" 라는 너의 답변은 엄마를 당황하게도 했지만 더 궁금해 지도록 만들기도 했단다.


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는 걸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7살 4월의 어느날.


우리 환희는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다시 한번 물어봤단다. 그러니까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될꺼야" 라는 말을 하더구나. 이 답변은 엄마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단다. 뭐지?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러다 이내 좋게 생각하기로 했단다. 엄마가 좋아서 또 엄마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좋아서 엄마 딸이 되려고 하는거라 좋게 해석하기로 했어. 엄마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거가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이니까 말이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딸에게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물어보면서 엄마는 엄마라는 테두리에서 나갈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관심 있거나 하고 싶었던 것들을 주욱 적어 보았단다. 그것들을 살짝 알려줄께. 41살 엄마가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마음에만 담아 놨던 관심 있는 것들이란다.


한국사 / 미술사 / 수묵화 / 요가와 명상

독서지도 / 하브르타 / 비폭력대화 / 아트스트웨이

토론 / 코칭 / 책방 / 기록 / 글쓰기 /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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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동영상 정리 /다이어트 / 걷기의 습관

요리 레시피 작성 / 40 넘기고 나니 꽃




엄마가 환희보다 딱 34년 더 살아 보니 가끔은 좋아하는데 못한다고 속상하기도 했고 또 가끔은 관심 없던 것들이 나중에 천천히 재미로 다가와 즐겁게 했던 것들도 있었어. 그래도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관심이 있는지를 알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면 방향을 찾기가 쉬운 건 사실이란다. 그러기 위해서 놀고 생각하고 멍 때리기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면 좋겠어.


자 그러면,

우리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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