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점점 커지고 있는거야? 엄마 아빠가 다 옳지만은 않다는 걸 요즘들어 느끼는 중인거야?
엄마가 너무 오랫만에 편지를 써.
그동안 너는 아는 아이 한 명 없는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즐거운 초등학교 생활을 해왔고 엄마아빠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우리에게 부모라는 행복함을 듬뿍 주었어. 고맙다. 물론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고 또 두리뭉실 화해하기도 했고 반대로 어처구니 없이 싸우고 또 멋진 화해도 해봤지. 너란 존재를 규정하지 못하고 언제나 더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만드는 너는 정말 우리에겐 최고의 딸이란다.
아직까지 아기인 척하며 안아 달라 하면서 동시에 정색하는 표정과 목소리를 가진 너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때도 있지만 귀엽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단다. 언제까지 저럴까 싶어 이 시간을 더 오래 유지하고 싶은데 너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위한다면 지금 이 순간들을 엄마의 마음에 담고 새로운 모습을 기다리지.
쓱쓱 느낌 가는대로
요즘 입을 삐죽이고 가끔은 한숨을 쉬지?
엄마는 너보다 더 이른 나이에 다 자랐다고 생각을 했었으니 엄마아빠와의 관계에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 이해해. 그리고 너의 생각과 마음이 자랐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순응과 순종도 좋은 것이지만 비판과 반항 역시 중요하단다. 그래서 너의 그런 표현들 뒤에 이어질 성장에 기대가 되기도 해. 이제 우리 딸은 토론과 설득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거지!! 멋지지 않니?
그런데 한 가지, 한숨 뒤의 침묵은 아주 잠깐만 왔다 갔으면 좋겠어. 아직 너의 머리 속의 생각들과 마음과 표현하는 말이 정리 되지 않아서 그런거지만 선택을 포기하는 습관이 들까봐 무서운 건 엄마의 노파심이야. 그래서 최근에 <태도> 라는 단어를 앞세워 엄마의 불안을 감추려고 했단다.
엄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이런 행동이 사춘기 시동을 거는 단계라는 걸 알게 되었어. 사춘기라... 엄마 갱년기와 맞붙을 그 사춘기 말이야. 어쩌면 엄마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구나. 너의 십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 두근두근 하단다. 엄마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