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먹던 유산소 맛있잖아요 그거
나는 헬스장을 가기 싫은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 싶을 때 대신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이건 마치
[정말 찐 단골 가게에 들어가서 눈이 마주친 사장님께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하고는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아서 " 제가 늘 먹던 걸로 주세요." 하는 거랑 똑같은 개념]이다. 내 몸이 나한테 주문을 하는 거다. 한 치에 오차도 없이 똑같은 메뉴로.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는 시기에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눈앞에 쌓인 문제가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동공이 확대된다. 눈은 카메라 렌즈와 매우 유사한 기능과 구조를 가졌다. 평소에는 상황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빛, 초점을 알아서 잘 조절한다. 그러다 스트레스에 빠지는 상황(놀람, 공부, 불안, 흥분할 때에 주로 발생)에서는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는다. 위험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량의 빛이 눈으로 들어와 쉽게 피로해지고 시야가 불편해진다. 장시간으로 이어질 경우 두통+ 집중력 저하까지 발생된다. 이럴 땐 잠시 환기를 위해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타고 가시거리가 먼 곳으로 달려간다. 따릉이를 탈 때마다 내 못된 성미가 갱생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든달까.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맛있는 코스 요리를 먹고, 사고 싶었던 것을 사고, 재미있는 걸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좋아함을 넘어서 사랑하는 건) 운동 코스요리다.( 따릉이는 한 번 돈을 내면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가성비 최고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보이는 풍경들이야 말로 진정한 소확행이다. 나는 가다가 멋진 풍경이 보이면 반드시 멈춰서 감상한다. 노을이 예쁠 땐 의자에 앉아서 단 5분이라도 즐길 때가 있다.
목적기까지 미친 듯이 달려가기만 하는 게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우린 인간이라 그게 어렵다. 그렇다면 오히려 쉼을 가질 때 발견하는 일상 속 즐거움을 발견하는 수밖에.
(자전거를 달리면서 찍으면 예쁜 걸 촬영하는 게 아니라 CT촬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사진은 꼭 멈춰서 찍기.)
일상에서는 항상 좋은 점만을 보려다가 어떤 시기가 되면 뭐에 씐 사람처럼 내면 속 잠자고 있던 투덜이의 목소리가 커진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간혹 가다가 예민하게 보일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왜 그러지."라는 비판적인 생각을 하다가
"나는 왜 이거밖에 안되지?"로 엉뚱하게 옮겨갈 때가 있다.
그렇게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때의 패턴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것들이다. 그냥 빠르게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아.. 내가 예민할 시기가 됐구나.'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생각을 다른 곳으로 전환해 줘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진짜 잘못된 사람이라고 스스로 계속 굴을 팔 수 있다. 잠시 그런 때인 것뿐이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도 (설령 신이 나를 믿어주겠다고 해도) 절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 일 수록 본인 스스로와의 대화를 해야 한다.
내 인생 최고의 빽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돼줘야 한다.
내향인의 좋은 점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가족, 지인들과 보내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지만 혼자 대화하는 시간이 참 재미있다. 나 라는 인간이 참 신기한 생명체다.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평생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따릉이로 퇴근하고 있다. 타다 보면 정말 너무 재밌다. 이렇게 하면 탄소 저감도 될 수 있다고 따릉이 어플에서 친절하게 보여준다. 이게 진짜 맞는지는 모르지만 기분은 좋다. (지금도 이용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따릉이가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래서 돈을 두 번 내는 착한 기부자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나 장시간 타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따릉이 24시간 타는 법]
일일권은 시간단위로 구매가 가능하다. 한번 빌릴 때 1시간, 2시간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이때 더 타고 싶은데 시간이 모자라다면 본인이 선택한 이용시간 내에 가까운 대여소에서 반납한 뒤 다시 대여하면 된다. (예를 들면 1시간권 이용 시 그전에 가까운 대여소에 반납 > 그 자리에서 다시 대여하면 끝이다. 다만 시간을 넘어가면 연체수수료가 발생한다. 5분당 200원으로 비싸다. )
이렇게만 하면 하루 종일 이용 가능하다. (이게 귀찮다면 연체수수료 내거나 다시 결제하는 착한 기부자 하면 된다.) 그렇게 실컷 타고도 24시간 안으로는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니 정말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자전거길은 한강길이다. 사야가 길게 트여있고 도로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 타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각종 다리들을 거쳐서 제일 좋아하는 철교를 지나갈 때 왠지 미션을 완료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는데 분명 아까 보면서 왔던 풍경도 왠지 색다르게 보인다. 가끔 지인과 저녁을 먹고 나서도 따릉이를 타고 가면서 생각정리를 한다. 그래서 술을 안 먹게 되는 효과도 있다. (따릉이도 술 먹으면 음주운전이다.)
인정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다. 몸도 튼튼하고 싶고 마음도 튼튼하고 싶다. 그리고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기요사키 아저씨가 말하는 새앙쥐 레이스를 반드시 벗어날 것이다.) 내/외적인 건강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걸 뼈저리게 느껴 봤기 때문에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전부 다 좋은 성과를 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그전에 정신이 지쳐버릴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조바심을 내려두고 '욕심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욕구, 욕망은 사람의 기본적인 본능이며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이다. 지나친 욕구는 공허를 만들지만 적절한 욕구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래서 신체운동 + 공부(금융, 언어, 관계) + 심리(마음건강)를 적정하게 컨디션에 맞게 조정하며 관리한다.
그러다가 주기적으로 번아웃이 고개를 빼꼼 내미는 때가 있는데 이때는 잠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이건 나만의 방향 잡기 방법인데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방법을 찾는데에 좋다.)
멈춰있을 때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가 뭔지 알 수 있다. (대부분 본인이 뭘 원하는도 모르고 너도 나도 뛰니까 같이 뛴다.) 나는 내가 뭔가를 배울 때, 경험할 때 마음이 움직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건 사람을 만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몸이 좋고 허우대가 멋있어 보여도 실제 대화를 해보면 점점 알게 된다.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지. 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큰 투자이고 도전이다. 그것 또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같이 놀고 편하게 휴식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나는 그 안에서도 배움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서로 같이 발전하는 관계를 최고로 생각한다.
내 지인들 가족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들과 내 요즘의 관심사를 같이 공유할 수 없다. 주제가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내가 환경을 바꿔야 한다. 만나는 사람도 바꿔야 한다. 불만을 하려면 행동해서 상황을 바꾸던가, 적응을 해서 불만을 없애던가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지금 모자라고 모르는 것은 크게 부끄럽지 않다. 부끄러워도 배우고 익히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것을 계속 놔두고 행동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태도인 것이다.
이번에 현충일을 포함해서 5일 정도 휴식기를 가졌다. 시골집으로 내려오면 마음도 머리도 잠시 멈춤을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자연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바쁜 세상과 멀어진다. 그 시간 속에서도 내가 깨달은 내 욕구를 지키기 위해서 주말 하루는 아침저녁 중국어 화상수업을 했다. 그리고 미처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글을썻다. 이것은 내 지식 부분에 대한 운동이다. 나는 내 욕구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새싹에 물을 주고 있다.
내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게 나를 위한 최고의 운동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꽤 많이 사랑한다. 어떻게 소통할지 몰라서 헤맬 뿐이다. 본인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