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깃) 한 놈만_미친 듯이_전력을_다해서

이도저도 안될 바에는 한 곳만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by poppy

사실 피티를 받기 전에 내 운동루틴은 무분할로 1시간을 운동하는 방법을 좋아했다. (1시간이라고 해놓고 항상 더 해버렸다.) 상체도 하고 싶고, 하체도 하고 싶어서 둘 다 챙기고 싶은 마음에 상체를 하다가 하체를 하다가 왔다 갔다 하고는 했다. 이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내가 타깃 하는 부위를 공략하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욕심은 낼수록 끝이 없어서 상체도 만족하게 하고, 하체도 만족하게 하려면 1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2시간은 눈 깜짝하면 증발해 버렸다. 그렇게 계획보다 더 많이 하고, 당연히 피곤이 누적됐다. 피티선생님을 만나고 어떻게 부분적으로 공략할지 루틴을 짤 수 있게 되었다.




기구 독점금지


운동을 가면 오늘 내가 타깃 하는 부위에 따라서 기구를 쭉 훑어본다. 물론 모든 기구를 다 사용하지는 않지만 내가 잘 쓰거나 배우고 있는 기구들 위주로 루틴을 짠다. 사람이 많을 때는 그 기구 옆쪽에 있는 다른 기구에 앉아서 눈치게임을 시작한다. 대기 타고 있다고 옆에서 멍하니 있을 수는 없으니 시간에 빈틈이 없게 최대한 가까운 기구에서 운동을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아 이분은 쉽게 나오지 않겠구나’ 싶은 사람. 왜 그런지는 정말 이해가 안 가지만 그 위에서 뭘 하는지 핸드폰으로 5분 10분 계속 바쁘게 뭘 한다. 피드를 올리는 건지, 운동 자세를 찾는 건지 모르겠고 그냥 빨리 일어나 줬으면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그럴 마음이 없다. 그럼 그냥 딱 신경 끄고 비슷한 기구를 찾거나 아예 포기한다. 최근에는 기구에 아무도 없길래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본인은 물을 뜨러 갔다면서 다시 원위치를 시켜달라 하셔서 그렇게 잘해드렸다. 핸드폰이든, 수건이든 뭐든 표시라도 해두셨으면 좋겠다. 제발 기구 독점금지.




운동할 때는 눈인사정도면 충분


운동을 할 때 기쁜 마음으로 할 때도 물론 있지만, 보통의 직장인은 퇴근하고 무거운 몸과 마음을 질질 끌고 가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 나도 모르게 하루에 있었던 스트레스나 화를 해소하면서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옆에서 누가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누가 저렇게 돌부처같이 서있다 싶어서 쳐다보면 운동을 하다가 인사를 주고받게 된 분이다. 사실 헬스에서 뭐 때문에 친구가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를 아주 좋게 봐주시고 인사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다만 나는 사실 운동할 때 인사는 눈인사정도면 아주, 매우 많이 충분하다. 그 이상의 스몰토크는 회사에서도 너무 지겹게 많이 했다. 애초에 그런 걸 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 그다지 궁금한 것도 없는데 이런저런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것 (그것도 먹는 이야기, 다이어트 이야기 등등) 이 힘들다. 헬스는 입이 아닌 몸으로 운동을 하는 곳임을 기억하고 눈인사로 찐하게 파이팅을 외쳐주자.



파운은 잘 모르겠고 혼자가 좋은 상태


나는 아직 파운을 할 단계도 아니고 혼자운동을 하는 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운동을 혼자 해야만 한다. 이건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높은 등급의 방법으로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고립의 단계에 들어가서 혼자만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실 대화랄 것도 없고 하나를 더 하느니 마느니, 포기할까 말까 등등의 싸움뿐이지만, 그것이 진짜 나와의 대화다. 타인과 있을 때는 속도를 맞춰야 한다거나 비교를 하게 된다거나 해서 내 진짜 페이스를 찾기가 어렵다. 간혹 정말 같이 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하지만 매번 파운으로 동기를 얻는다는 건 좀 쉽지 않다. 운동을 고독의 맛이 있어야 한다.




혼자 운동을 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 원래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뚫고 들어가면 단단한 껍질 안에 맛있는 과육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럴 용기가 부족하다면 처음에는 누군가의 힘을 빌려서 같이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혼자 하는 힘을 반드시 길러야만 한다.

keyword
이전 10화용기) 무게를 내릴 줄 아는 그대는 진정한 멋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