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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쌤 Oct 06. 2021

어린이책 출판에 관한 중요하거나 사소한 이야기 (3)

출판사와 일하는 방식

 3. 출판사와 일하는 방식


 비교적 작은 규모의 A 출판사에서 책을 낸 후, 대형 출판사인 B 출판사와 계약했다. 그리고 최근 1인 출판사인 C 출판사와 계약했다. 서로 일하는 방식에서 다른 점이 많다. 어디까지나 내가 일했던 출판사에 국한된 경험임을 미리 밝힌다. 


 A 출판사의 편집자에게는 책 기획 방향과 목차 정도를 검토 받고 원고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어떤 피드백도 받지 않았다. 전체 원고를 다 완성한 후에 몇 가지 문의 사항과 수정 요청이 있었다. 목차, 기획 의도, 온라인 서점에 실리는 책 소개나 헤드 카피, 삽화 등을 모두 직접 진행했기 때문에 재밌기도 하고 배운 점도 많았다. 

 다만 작업 방향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피드백이나 조언을 받기 어려웠다. 내가 일했던 방식을 이야기하자 B 출판사의 편집자는 굉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거의 1인 출판사 수준으로 작업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B 출판사의 편집자는 먼저 기획 방향과 목차를 정해서 출간 제의 메일을 보냈다. 보내준 목차 초안에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조금 수정한 목차를 다시 보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출판사 내부 회의를 거친 후 출간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 진행 후에도 몇 주 동안 의견을 주고받으며 원고 방향과 목차를 먼저 다듬었다. 한 권에 총 30개 내외의 글을 쓰기로 했고 원고를 한 챕터씩 보내서 검토받았다. 원고는 바로 전문 그림작가에게 전달되어 협업을 진행했다. 


 두 출판사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새롭게 배우는 측면이 있었다. A 출판사는 방임이라기보다는 작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느낌이었다. “알아서 잘할 수 있지? 믿을게.” 이런 느낌이랄까. 주도적으로 책 작업을 진행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1년에 많은 책을 출판하지 않아서 오히려 내 책에 주목하여 홍보에 힘을 실어주는 장점이 있다. 대형 출판사의 경우 홍보에 주력하는 책이 아닌 경우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B 출판사는 매출과 영업 이익이 업계 10위 안에 드는 출판사로, 콘텐츠팀만 아홉 팀이며 마케팅팀, 디자인팀도 따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책 기획부터 아이템 회의, 마케팅 회의 등 출판 절차가 이미 잡혀 있어 안정적으로 원고에만 몰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 번 회의를 거치면서 책을 기획하는 과정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자주 편집자에게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마케팅 전략도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최근 함께 일하는 C 출판사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대표님이 대형 출판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다가 혼자 1인 출판사를 만든 케이스이다. 다양한 어린이책 기획, 편집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한 기획력, 시장 조사, 독자 기획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여 독자의 수요를 반영하는 태도, SNS 마케팅이 돋보였다. 엉성했던 기획안 초안이 대표님의 조언과 정보 제공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기획안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집필 과정에 도움이 되는 참고 자료도 꾸준히 제공한다. 1인 출판사와 계약하는 걸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출판사의 규모보다는 기획하고 편집하는 사람의 경험과 실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초보 저자라면 출판사를 너무 가려서 선택하기보다는 해당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들이 자신과 맞는지를 먼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 일단 적당히 괜찮다고 판단되는 곳에서 첫 출판을 시도해보는 것을 권한다. 물론 운이 따른편이어서 좋은 출판사들과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 존재한다. 잘 알아보고 조심할 필요는 있다. 다양한 출판사와 일한 경험은 책 쓰기를 지속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된다. 경험이 쌓이고 꾸준히 쓰다 보면, 여러 출판사와 일하는 기회가 열린다. 개인적으로 여러 출판사와 일하면서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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