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이유로 가끔 찾아보는 '피키캐스트'에 '억 소리나는 일본 만화가의 연봉'을 다룬 게시글을 재미있게 봤다.
망가의 나라 일본에서도 최고의 인기이고, 우리나라나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바로 그 만화.
이걸 만화라고 불러야 하나 싶을 정도로 기가막힌 이야기로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진짜다!),
어른들에게는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중국의 <정관정요>와 같이 대인관계가 무엇이고,
언행과 리더쉽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책'
기업가들에게는 인재를 쓰고 활용하는 방법과 함께 승부의 '묘'를 알려주는 경영서나 병법서와 같은 존재,
<원피스>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하기로, 10년의 세월동안 쉬지 않고 연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스토리의 십분의 일밖에 진행이 안되었다는 이 엄청나게 긴 서사구조의 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머리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꺼내보고 싶은 천재 중에 천재다. 그는 <원피스>와 <나루토> <블리치> 만화 세 개를 줄여 소위 '원나블'이라고 불리는 3강 중에서 유일하게 '막장' 소리를 듣지 않고, 독자층이 두터우며, 패러디가 많이 된 만화가 없을 만큼 모두가 공감할만한 탄탄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대하소설과 같이 엄청나게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대부분이 섬인 나라들로 구성된 배경과 대해적시대를 그리는 세계관을 창조해낸 것은 서양의 <반지의 제왕>이니 <해리포터>와 같은 시리즈와 견줄만하다. (아니 오히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번도 저들의 시리즈가 재미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서양역사니 신화니 하는 것들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이 사람이 천재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이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는 엄청난 상상력. 편집능력. 게다가 이제는 만화 그만 그려도 될만큼 천문학적 돈을 벌면서도 아직까지도 손수 일일이 작업을 한다는 고집과 끈기, 사명감, 장인정신.
칠무해니, 악마의 열매니하는 것들이 끝도 없이 등장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 시리즈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모두가 이 사람이 창조한 세계때문이다. 또한 그 세계는 일본스럽기도 하고, 일본스럽지 않기도 하다. 온통 바다인 세계는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일본에게는 어쩌면 친숙하게 느껴질테다. 그러나 해적이라는 서양의 바이킹이나 북유럽의 나라가 떠오르는 단상은 또한 서양적이기도 하다. 그런 이질적인 것과 친근한 것들의 믹스, 편집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이유이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진짜 이 만화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해적때문이다. '해적'이라고 하지만 말만 해적이지 진짜 악당은 하나도 없는, 모두가 저마다 아픔이나 슬픔 혹은 그럴수 밖에 없는 개인사로 인해 어쩔수 없이 해적이 되어버린 악당들은 바로 나고, 너고, 우리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이기적이 되어버린 우리들, 그런 점에서 우린 모두 해적들이고, 원피스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오다 에이치로는 원피스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모든 소설이 그러하고, 책이 그러하듯. 그래서 이 만화를 만화라고 불러야하는지 애매한 것이다.
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피키에서 다룬 것처럼 그의 연봉은 정말 '억'소리가 난다. 정확한 근거가 없는 추정치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의 연봉은 대략 256억이 넘었다. 한 해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250억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너그럽게 잡은 것이 아니라 빡빡하게 추산해서. 그가 한 명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한 편의 스토리를 만들어 낼때마다 관련 산업이 요동치는 셈이다. 뽀로로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뽀로로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장판에 벽지에 기저귀에 별의별 것이 다 만들어진다. 라이센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천억에 달한다는 뽀로로 회사를 생각해보면, 보통 5%의 로열티를 받는다는 이 만화가의 수입은 250억의 서너배는 벌어들이지 않을까한다. 게다가 일본에서 지존으로 꼽히는 드래곤볼, (나루토나 블리치나 하는 만화는 모두 드래곤볼의 영향을 받았다. 그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드래곤볼의 두 배에 달하는 3억부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만화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가늠조차 어렵다.
원피스를 보면서 언젠가부터 만화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가막힌 소설 한 권을 읽으면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것처럼.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나는 그것이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느냐'라는 어떤 종류의 질문에도 굴하지 않을만큼 그 작업이 좋은 것. 바로 그것 하나 때문이라고 본다. 사명감이나 어떤 종류의 책임감은 그저 스스로 찾은, 뒤늦게야 비로소 깨달은, 당위성이 아닐까.
물어보자. 당신이 100억짜리 로또에 당첨되어도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10억만 당첨되도 세계여행이나 하면서 남은 반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다. 설령 내가 좋아하는 독서만 하고 월급받아가는 직업을 갖었더라도, 로또에 당첨되면 그 마저도 안 할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러니까 독서라는 취미가, 그 정도 밖에는 안되는 셈이다. 물론 그에 따른 사명감도 없다.
아이를 키우며, 아내에게 말하는 딱 한 가지가 있다.
"좋아하는 것 하나만 만들어 주자"
누가 뭐라해도, 하지 말라고 뜯어 말려도 기어코 해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것 하나만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다만 그것이 나쁘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올바르게 발현되기를 희망한다.
미치고 펄쩍 뛸만큼 좋아하는 취미를 갖고, 그것을 노동과 일치하는 삶으로 엮어낸 사람들은 한 달에 10만원을 받고도 그 일을 한다. 무엇이 더 어려울까? 한 달에 10만원만 받고 일하는 것과, 1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억지춘향이가 되는 것과.
부와 명예가 사람에게 의미하는 크다. 하물며 그와 같은 인기와 부라니. 사람을,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것은 그의 본성을 변화시키고도 남을 만큼 강력할 것이다. 게다가 이제 그가 그리는 대해적의 시대는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다. 그가 최초에 상정했던 어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바램과 같이 원피스를 통해 꿈과 희망, 그리고 삶에 재미를 본 사람들이 기대하는 막대한 '부담'이 지배하는 '모두의 세계'가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던지는 확신의 근거는 있다. 10년을 넘게 사랑받고, 앞으로 10년을 더 이어갈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그의 세계에 열광하는 것처럼, 그 역시 그가 그리는 세계를 미치도록 열망하는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