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안에서
갑자기 창밖을 바라봤다. 버스에 올라탔으니 내 시선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창문 커튼봉이 있는 그 아래로 시선이 뻗어나간다. 시선이 딱 멈춘 곳은 금계국과 솔채. 그리고 알록달록 양귀비가 피어있는 사면이었다. 조금 더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바로 위에 산철쭉이 캐드선을 따라 모아 심어져 있다. 산철쭉 가지들은 잘려나가 불 품 없는 깍두기 모양을 하고 있다. 버스가 가는 방향에 따라 시선이 흘러가다, 멈춘다. 갑자기 꽃이 사라졌다. 그 바로 옆에 예초기를 든 어르신이 꽃의 목을 따고 있다.
달려 나가 “어르신 그건 잡초가 아니에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 120에 신고라도 하고 싶었다. 아차 하며 슬퍼하는 순간 나는 그 장소와 멀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풀을 애정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풀이 아닌 꽃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내 뜰에 들어온 소리쟁이는 있는 힘껏 뽑아냈으니 말이다. 모든 풀을 다 사랑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