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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May 16. 2023

아마존 플라이휠 Amazon Flywheel

아마존 플라이휠(Amazon Flywheel)은 정답이 없는 예측 불가한 이커머스 비즈니스 세계에 던져진 한 줄기 빛과 같다. 자연과학과 달리 영원불멸한 진리나 법칙이 없는 불확실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아마존 플라이휠은 유일한 성공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떤 기업을 둘러봐도 이렇게 명확한 성장 공식은 찾기 힘들다.


아마존 플라이휠은 오늘날 전 세계 이커머스 최강자아마존을 만든 성장 모델이다. 플라이휠은 회전하면서 엔진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 장치다. 특히 한쪽 방향으로 힘을 가하여 원판을 회전시키면 힘을 가하지 않아도 관성으로 계속 돌아가며 에너지를 축적하는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로 유명하다.


이 원리에서 비롯된 아마존 플라이휠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아마존의 선순환 비즈니스를 상징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없는 게 없는 만물상 아마존을 만든 모델이지만 의외로 구조는 단순하다.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슥슥 그려서 설명할 정도로 말이다.



아마존 플라이휠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최저가를 실현한다.

고객 경험이 향상된다.

(더 많은) 트래픽이 생긴다.

(더 많은) 판매자가 모인다.

(더 많은) 상품 구성이 발생한다.

비용 구조를 낮춘다.

(다시) 최저가를 실현한다.


아마존 플라이휠 가운데 자리 잡은 단어는 'Growth'다. 이 선순환 구조는 오직 아마존의 성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마존의 모든 사업 기획은 이 성장 구조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설명해야 통과되었다. 최저가, 고객 경험, 트래픽, 판매자, 상품 구성, 비용 구조 외에도 지표와 지표 사이의 인과관계 및 상관관계를 강화하는 등 이 단순한 모델 하나로 수많은 기획과 시도가 명멸했다.


아마존은 1994년에 온라인 서점을 시작했다. 그 후 음악, 소프트웨어, 게임, 전자 기기, 의류, 가구, 음식 장난감 등으로 라인을 확장했다. 직매입 판매뿐만 아니라 오픈 마켓도 열어서 규모를 키웠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와 멤버십 구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도 있다. 아마존이 창립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아마존의 모든 사업은 이 플라이휠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모델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업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쿠팡은 아예 한국의 아마존을 자처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다. 당근마켓 역시 자신에게 맞는 변형된 플라이휠을 만들어 공개했다.


아마존 플라이휠은 단순하고 명확하기에 좋아 보이고 따라 하기 쉬워 보인다. 설계한 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니! 게다가 아마존이라는 성공 사례도 있다. 이 모델의 단어 몇 개만 바꾸면 금방이라도 우리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이제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볼 차례다. 아마존 플라이휠을 당신 사업에 적용하려면 이 모델이 제시하는 시사점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아마존 플라이휠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적합한 모델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마존 플라이휠은 '고객 집착'에 기반한다. 기업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역순으로 프로세스를 만들어 사업을 실현한다. 모든 기업들이 당연하게 말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고객 우선을 아마존은 정말로 한다.


아마존 플라이휠의 항목 각각을 실현하고 조합하기 어렵다. 엔진을 작동시키려면 많은 연료가 필요하듯이 플라이휠을 돌리려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저가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고객 경험은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트래픽이 몰릴 때마다 견딜 수 있는 서버는 어떻게 구현하나? 판매자들은 어떻게 모으나? 다양한 상품 구성을 어떻게 등록시키고 보여줄 것인가?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병목이 발생하고 비효율의 끝을 보게 된다. 결국 항목별로 완벽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이휠의 철학은 빠른 성장이다. 플라이휠을 돌리는 구성원의 업무는 신속하고 완벽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존 플라이휠 항목 각각의 일관성을 지켜야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플라이휠의 시작은 '저가(Lower Price)다. 단순히 싼 게 아니라 고객이 가치를 느낄 정도로 '아마존=싸다'라는 인식까지 심어주는 저가다.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한 책값은 오프라인 판매가의 60% 수준이었다. 만약 여기서 매출을 늘리고 싶어서 고가 정책으로 전환한다면 순환 구조가 깨진다.


아마존 플라이휠에는 이익(Profit)이 없다. 제프 베조스는 플라이휠에 맞춰서 영업이익 대부분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했다. 매출 중심의 성장 추세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한 시기는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서였다. 대단히 높은 인내심과 목적의식이 없다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아마존은 3억 명에 달하는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구매층의 볼륨이 시작부터 폭넓었다는 의미다. 시공간을 극복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라도 소비자는 국가와 언어 단위의 시장 규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논리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의외로 아니다. 서울/경기권의 2천만 명의 구매력은 세계 Top 10 안에 든다.


아마존은 5년 이상 근무하는 직원 비율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혹독하게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보유했다. 뿐만 아니라 문짝을 책상으로 쓰는 검소함으로 아마존의 저가 정책을 내부 직원에게까지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중요한 시사점인데, 아마존에는 아마존 플라이휠을 창조하고 바퀴를 굴린 제프 베조스라는 탁월한 경영자가 있었다. 그는 사람이 가진 불변의 가치를 '최저가', '빠른 배송', '넓은 선택권'으로 보고 이를 사업 지표에 반영했다. 이런 인사이트가 당신에게 있는지 먼저 자문해야 한다.


도구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도구는 언제 어떻게 누가 무엇을 위해 쓰이냐에 따라 쓰임새와 효과가 달라진다. 망치를 가진 목수는 못만 보이는 법이고 톱을 가진 목수는 나무판만 보이는 법이다. 아마존 플라이휠이 좋아 보인다고 무조건 가져다가 단어만 바꾼다고 그 사업이 아마존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맨손보다 도구가 있는 편이 훨씬 낫긴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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