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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Jul 17. 2023

매트릭스 Matrix

매트릭스(Matrix)는 빠른 의사결정을 이끄는데 유용한 도구다.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의사결정자나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획자 입장에서, 기획서를 읽는 사람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채택하게 하려면 문자보다 도식이 나을 때가 많은데 이때 매트릭스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매트릭스는 보통 대상을 네 가지로 분류한 사각형 박스 도식을 의미한다. 물론 기준에 따라 여섯 가지로 나누기도 하고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범용적인 2X2 매트릭스만 설명하기로 한다.



2X2 매트릭스(이하 매트릭스)는 두 행과 두열을 가지는데, 완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1. 무엇을 파악하고 싶은가?

매트릭스는 복잡한 대상을 단순하게 정리하기 위한 도구다. 알지 못해서가 아닌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나누어 보자는 의도다. 파악하고 싶은 대상이 '시장'인지, '고객'인지, '상황'인지를 정해야 한다. 단, 한 기획서에 매트릭스 도식이 두 개 이상 들어가면 읽는 사람이 피곤할 수 있으니 가장 중요한 하나만 고르자.


2. 어떤 변수를 설정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변수를 x축에, 그다음 중요한 변수를 y축에 놓는다. 그다음 x축의 A열과 B열을 설정하고 y축의 1행과 2행을 설정해야 한다. 보통 변수의 고저(高低), 또는 다소(多少)로 설정하기도 하지만 각각 단어를 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실성의 높음/낮음으로 설정해도 되고, 성실함/게으름으로 설정해도 되는 식이다.


3. 칸마다 어떤 개념을 붙여줄 것인가?

이 단계는 기획자의 의도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다. 분류한 개념을 기획자가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냐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실성이 낮고 능력이 낮은 사람을 어떤 기획자는 '쓰레기'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어떤 기획자는 '교육 필요자'로 표현할 수도 있다.



개념만 설명하면 끝이 없으니 응용으로 넘어가자. 아래 이미지는 유명한 BCG 매트릭스다. 이 도구는 1998년 출간된 책 <BCG의 경영 전략>에서 최초로 소개되었는데, 여기서 BCG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을 의미한다.


BCG 매트릭스의 목적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류해서 최종적으로 집중하거나 포기할 사업을 의사결정하기 위함이다. x축은 시장성장률의 높고 낮음, y축은 시장점유율의 높고 낮음으로 매우 단순하지만 제시하는 인사이트와 전략은 매우 위력적이다.



BCG 매트릭스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네 가지로 나누고 각각 다른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별(Star)

높은 성장률 X 높은 점유율.

미래 먹거리이기에 크게 투자하는 구축(build) 전략을 쓸 수 있음.

성장률 둔화 시 캐시카우로 변화함.


캐시카우(Cash cow)

낮은 성장률 X 높은 점유율

안정적으로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며, 이 돈으로 다른 사업군을 지원.

점유율을 유지(hold)하거나 최소 비용으로 현금을 수확(harvest)하는 전략을 쓸 수 있음. 


물음표(Question Mark)

높은 성장률 X 낮은 점유율

별이 될지 개가 될지 판단 필요.

별로 판단한다면 구축(build) 전략을, 개로 판단한다면 철수(Divest) 전략 사용.


개(dog)

낮은 성장률 X 낮은 점유율

보통 해당 사업은 철수(Divest) 전략 사용.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즐겨 사용한 아이젠하워 박스(Eisenhower Box) 또한 매트릭스를 활용한 도구다. 이 매트릭스가 제공하는 가장 큰 인사이트는 '긴급함≠중요함'이다. 흔히 긴급한 문제를 만나게 되면 중요하게 여기게 되어 먼저 처리하려는 본능이 있는데 아이젠하워 박스는 정말 이 문제가 중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중요한 것은 거의 긴급하지 않으며 긴급한 것은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what is important is seldom urgent and what is urgent is seldom important.'라는 명언을 남긴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고, 대통령을 2번 지내면서 미국의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를 설계하고 나사와 인터넷의 기반을 만들었다. 퇴임 뒤에는 콜롬비아 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확실히 시간 관리와 더불어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도가 큰 인물이다. 



아이젠하워 박스는 당면한 일을 네 가지로 나누고 각각 다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DO

중요하고 긴급한 일은 당장 처리할 것.


DECIDE

중요한데 급하지 않은 일은 언제 처리할지 계획할 것.


DELEGATE

중요하지 않은데 긴급한 일은 다른 사람을 시킬 것.


DELETE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 않은 일은 없앨 것.



기획자가 의사결정자를 자신과 동일한 고민의 레벨로 끌어올리는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의사결정자는 기획자만큼 고민하지 않았기에 기획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하더라도 의사결정자가 기획자의 고민을 이해한 상황이라면, 다음 기획까지 이어지는 맥락이 형성되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 반대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매트릭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사결정자가 최대한 빠르게 기획자가 고민한 문제를 파악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는 정밀한 데이터 분석이 없어도 현상을 단순화하여 문제 해결을 빠르게 돕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단순화로 인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단점도 공존한다. 축값과 나누는 기준만 있다면 당신도 얼마든지 매트릭스를 만들어서 기획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축값을 무엇으로 할지, 나누는 기준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분석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어설프게 했다가는 오히려 '구별하기 위한 구별'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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