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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Jul 21. 2023

매미가 운다. 살아야겠다.

요즘은 매미가 날 깨운다.

여름 시골에 닭이 있다면 여름 도시에는 매미가 있다. 에어컨이 뿜어내는 찬 공기 가득한 곳에서 일하는 나에게 매미는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강력한 신호다.


해가 갈수록 매미 울음소리는 드높다. 내 청력이 점점 좋아질리는 없으니 매미의 우는 능력이 세대가 넘어갈 수록 점점 더 진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할까? 진화론의 핵심 가설인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가능할 듯 하다.


짝에게 구애하기 위해 목청껏 울어야 하는 수컷 매미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누구인가? 같은 수컷 매미? 아니다. 도시 소음이다. 자동차, 공사장, 음악 등이 매미의 경쟁자다. 이 소음을 뚫고 암컷에게 어필한 수컷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가진다. 나머지는 짝을 찾지 못하고 죽는다. 자연선택설에 따라 점점 큰 목소리를 가진 매미만이 살아남는다. 매미가 매년 목청이 높아지는 이유다.


심지어 밤에 우는 매미도 많다. 가로등 빛과 열대야 온도로 인해 낮인 줄 착각하고 우는 것이다. 야근하고 퇴근하면서 아파트 단지 가득한 매미 소리를 들으면 이 녀석들은 아직도 야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낮에 목청 좋은 매미에게 짝을 다 빼앗기고 뒤늦게 우는 매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잔업이기도 하네.


생존에 집착하는 매미의 노력은 울음소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미는 땅 속에 숨었다가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주기가 5년, 7년, 13년, 17년이다. 이건 소수(素數)다. 소수의 정의는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자연수'다. 이렇게 하면 천적과 만날 확률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세상에 등장할 수 있다.


폴 발레리는 말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그가 느꼈던 바람은 어쩌면 바람(wind)이 아닌 바람(wish)이 아닐까? 갈수록 크게 우는 매미를 보면 이해가 간다. 동기는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 부여된다. 생존에 집중한 매미의 바람(wish)이 바람(wind)을 타고 귓속으로 들어온다.


매미가 운다. 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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