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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Aug 03. 2023

혁신수용모델 I.A.C.

혁신수용모델(Innovation Adoption Curve)은 기획자를 겸손하게 만든다. 보통 새로움을 창안한 기획자는 단숨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과 흥분에 사로잡히는데, 혁신수용모델은 혁신이 한순간에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환상을 깨부순다. 새로움을 만나면 적극적인 소수부터 보수적인 다수까지 집단 별로 받아들이는 속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이 모델의 인사이트다.


혁신은 답이 없다. 혁신의 성공과 실패는 결과로 따지는 경향이 짙기에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혁신수용모델은 일종의 나침반이 된다. 우리 기업이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면 어디까지 왔는가? 혹은 어떤 성향의 고객을 지향해야 하는지 추론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혁신수용모델은 시장점유율 100%를 기준으로 혁신수용층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보여준다. 단계를 구별하는 기준은 혁신 성향에 따른 수용 시간이다. 강한 부류부터 약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혁신가, 얼리 어답터, 초기 다수자, 후기 다수자, 지각자다. 쉽게 말해 혁신가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일 전날 밤부터 줄 서서 가장 먼저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고, 지각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는 2G 폰이 단종되었을 때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얼리 어답터는 여기서 유래했다.



혁신수용층 다섯 부류는 다음과 같다.


혁신가(innovator)

전체의 2.5%에 해당.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수용하고 시도함.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지고 정보 습득이 빠름.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전체의 13.5%에 해당.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오피니언 리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여론을 주도함.


초기 다수자(Early Majority)

전체의 34%에 해당.

신중한 보통 사람들.

얼리 어답터의 영향을 많이 받음.


후기 다수자(Late Majority)

전체의 34%에 해당.

의심이 많은 보통 사람들.

혁신 수용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


지각자(Laggards)

전체의 16%에 해당.

극단적인 위험 회피 성향 보유.

정보 습득이 극히 제한되어 있음.


혁신수용은 앞 단계 전체가 수용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예를 들어 전체 시장이 1천 명인 경우, 2.5%에 해당하는 혁신가는 25명, 13.5%에 해당하는 얼리 어답터는 135명이다. 이 25명도 같은 그룹에 묶여 있지만 각각 혁신수용의 차이가 있다. 첫 번째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스물다섯 번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차이가 있을 테니까. 첫 번째 얼리 어답터이면서 동시에 전체에서 스물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은 스물다섯 번째를 보고 혁신을 받아들인다.  


IT 비즈니스에서 혁신가와 얼리 어답터까지 확산되는 현상은 일시적 유행에 그치기도 한다.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초기 다수자부터는 신중한 성격을 가지기에 생각보다 여기서부터 전파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단절되는 경우도 있는데, 제프리 무어는 이 현상을 캐즘(Chasm)이라 불렀다.



혁신수용모델과 연계하여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이론도 있다. 만약 당신이 혁신가부터 얼리 어답터까지 목표한 전체 시장의 16%(2.5%+13.5%)에 해당하는 혁신수용층을 확보했다면 주류 시장 68%(34%+34%)를 차지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셈이다. 문제는 주류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임계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임계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 한다. 어떤 혁신이 순식간에 주류 시장을 차지한다면 그 이면에는 계속 쌓아온 작은 변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혁신(Innovation) 무엇인가? 큰 변화가 혁신인가? 요즘 들어 혁신은 다이어트와 비슷하게 들린다. 누구나 입에 올리기 쉬운 말이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혁신의 범주를 다르게 보지만 일반적으로 혁신이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의미한다.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는 대상이 '주관적인 새로움'을 느끼면 혁신이라고 인지하게 되는데, 이 주관적인 새로움이 혁신수용층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혁신수용모델에서 다루는 혁신이란 기존의 룰을 완전히 파괴하는 새로운 탈바꿈에 가까운 변화가 맞을 듯하다. 이 파괴적 혁신 개념은 2020년에 별세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정리하여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 그 관성 때문에 기존 시장을 지키는 데 급급하면서 오히려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도태되는 상황을 묘사했다.


혁신이 성공하면
성공을 지키느라
오히려 도태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기업은 혁신은 세 가지로 분류해서 각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조직이 어떤 혁신에 투자할지 결정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만들고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세 가지 타입의 혁신은 다음과 같다.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s

지속적 혁신 Sustaining Innovations

효율적 혁신 Efficiency Innovations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룰을 파괴한다. 처음에는 비싸고 복잡해서 극소수에게만 허용되었지만 점점 대중화된다. 이 과정에서 고용과 성장이 창출된다. 집채만 한 컴퓨터가 한 손에 잡히는 스마트폰이 되고 부자의 장난감이었던 자동차가 누구나 탈 수 있게 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장이 탄생했는지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지속적 혁신은 기존 룰을 지키되 개선한다. 기업은 여기서 시장점유율과 마진을 극대화한다. 여기서 고용과 성장은 발생하지 않는다. 아이폰을 하나 샀으면 또 구매할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효율적 혁신은 필연적으로 자동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 맞닿아있다. 월마트는 효율적 혁신을 통해 신규 고용을 9% 줄였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세 혁신을 선순환 관계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지속적 혁신과 효율적 혁신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다음 세대의 파괴적 혁신에 투자해야 다음 선순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최근 30년 동안 파괴적 혁신은 드물게 일어났다. 왜냐하면 대부분 단기간에 이익을 올릴 수 있는 효율적 혁신에 투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1980년대부터 일본의 도요타, 혼다, 소니와 같은 기업은 파괴적 혁신을 이룩했지만 1990년대의 일본은 닌텐도 Wii를 제외하고 어떠한 파괴적 혁신이 없이 효율적 혁신에만 투자했다. 그 결과 일본 경제의 성장은 정체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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