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운전자 과실은 드물다.
실무도 그렇다.
사고를 낸 운전자의 책임은 과연 100%일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는 차, 차선이탈 및 전방충돌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탑재된 차, 급발진 없는 차, 유튜브 보면서 조립하지 않은 차, 교체 주기 내에 타이어를 매번 갈아주는 서비스, 1시간마다 5분 정도 쉴 수 있는 쉼터, 부실 시공이 절대 없는 도로 차선 등 모든 안전 장치를 마련한 다음에 사고가 난다면 당연히 운전자가 100%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가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 실상은 운이 나쁜 것인데 말이다.
일 못하는 실무진의 책임은 과연 100%일까?
가슴 뛰는 미션, 명확한 비전, 타협 없는 핵심 가치, 날카로운 전략, 균형 잡힌 조직문화, 체계적인 R&R과 JD 설정, 5개년 전망에 의거한 재무 계획, 일관된 업무 원칙 등 모든 업무 체계를 마련한 다음에 일을 못한다면 당연히 실무진이 100% 일을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의식과 자율을 강조하면서 자기 일 자기가 알아서 찾아서 하라고 말하는 경영진의 속내는 무엇일까? 사실 그 말의 이면에는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지 모르지만 회사가 돌아가기는 해야 하니까 일단 움직이게 하려는 '무력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제약 없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놓고 결국 나중에는 왜 예산도 없는데 실행 불가능한 걸 가져왔냐고 타박하는 말의 이면에는 사실 예산 편성조차도 할 줄 모르는 경영진의 '무능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도 모르는데 전략과 계획은 의미가 없으며 의사결정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말의 이면에는 사실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입만 쳐다보게 만들려는 경양진의 '교활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고생해서 쓴 기획안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미루고 설득력이 부족한 아이디어를 가져와 놓고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냐며 가스라이팅하는 말의 이면에는 정작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영진의 '무책임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경영진은 딱 자기 수준만큼의 실무진을 가지게 되는 법이다. 최근 구조 조정 소식이 빗발치는데 이 상황을 책임지겠노라고 선언한 경영진을 나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휘두르는 권한만큼 기꺼이 책임을 짊어지는 경영진은 너무나 희소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