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성과 관리의 맹점은 팀워크에 기반한 기여자와 그 기여도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령 매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보이는 영업 직군은 성과급을 잘 받지만 전략, 제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CS, 심지어 경영지원이나 HR 역시 회사가 매출을 내는데 기여한 점이 분명히 있는데도 평가와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성과를 크게 슛(직접 기여)과 어시스트(간접 기여)라는 지표로 구별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개념을 잡아야 인지하고, 인지해야 측정할 수 있으며,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슛과 어시스트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팀 스포츠다.
이 골은 팀이 만든 골입니다.
단지 마지막 터치를 내가 했을 뿐입니다.
2023년 9월 아스날전에서 2골을 득점한 손흥민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처럼 농구, 축구와 같이 공 하나로 득점하는 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는 팀워크다. 팀원들이 마치 한 사람 같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작전을 수행해야 승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명언도 있다.
팀워크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어시스트다. 같은 득점이라도 여기에 어시스트가 있느냐 없으냐에 따라 팀워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구팀인 A팀과 B팀을 아래와 같이 비교해보자.
A팀 20점 = 슈팅 10회 + 도움 2회
B팀 20점 = 슈팅 10회 + 도움 10회
같은 10점을 득점하더라도 A팀은 혼자 득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B팀은 득점 1회에 최소 2명 이상이 관여했다는 게 드러난다. B팀이 더 팀워크가 좋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팀워크가 좋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다. 혼자 하는 득점은 전술적인 한계가 명확한데 반하여 함께 하는 득점은 효율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슛과 어시스트,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 2×2 매트릭스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아무래도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성공 지표는 매출이다. 매출 상승에 직접 기여하는 건 슛으로, 간접 기여하는 건 어시스트로 개념을 잡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성공 지표를 잡더라도 구별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실패 지표 역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는 골대 안을 향하되 키퍼가 막은 슛을 유효슈팅으로 관리한다. 이 지표로 앞으로의 기대치를 산출하기도 한다. 유효한 실패 지표를 많이 가진 슈터나 어시스턴트는 실패자가 아닌 기대 받는 사람이 된다.
물론 어시스트만이 기여의 전부는 아니다. 팀 스포츠 관점에서 어시스트가 득점에 비해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보다 덜 주목 받는 포지션은 수비수다. 수비가 어떻게 보면 공격보다 더 중요하고, 강력한 수비와 평범한 공격으로 우승한 사례도 많지만 화려한 모습이 덜하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의 수비는 쓸데 없는 비용을 방어하는 업무에 해당한다. 기업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떨어지면 가장 무서운 건 따박따박 나가는 고정비인 만큼, 이 비용을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린다. 그래서 매출은 성장, 비용은 생존이라 한다.
남극의 빙산에서 수면 위로 솟은 부분의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우리는 잠겨 있는 90%를 보지 못한 채 10%만 보고 빙산이라 한다. 그런데 거꾸로 보면 잠겨 있는 90% 덕분에 10%가 잘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관점을 성과와 연결지어 생각해본다면, 잘 보이는 성과 10%를 만들기 위해 90%의 보이지 않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성과를 보는 관점을 넓혀야 한다. 일하러 모인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제대로 대우하자는 주장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여기서 '일 잘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는 게 조직 문화를 결정한다. 조직에서 '이렇게 일 하는 사람이 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표본을 정의해야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따라할 것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