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관점에서 컨설팅은 일종의 훈수다. 훈수가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플레이어와 시야와 관점이 다르기 떄문이다. 직접 뛰는 플레이어는 게임의 압박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다.
반면 관중석에 앉은 컨설턴트는 경기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왜 TV 앞에 앉은 전국민이 그 순간만큼은 최고의 축구감독이 될 수 있는지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더하여 해당 게임의 전문성까지 가지고 있다면야 플레이어 입장에서 그 훈수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물론 모두가 컨설팅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스티브 잡스와 나심 탈레브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컨설팅을 비판하는 논리가 같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1992년 MIT 강의에서, 나심 탈레브는 저서 <Skin in the game>을 통해 '직접 실행하지도 않고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컨설팅을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사람 외에도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컨설팅'만 검색해도 컨설턴트 욕하는 의견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 컨설팅을 비판하는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컨설팅 업체 역시 기업인지라 고객맞춤이 아닌 정형화된 제안만 한다.
내부 직원들도 문제를 모르는데 외부 컨설턴트가 알기는 더 어렵다.
경영진이나 담당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의 근거로 활용할 뿐이다.
클라이언트는 이미 듣고 싶은 답을 정했고, 컨설팅은 그 근거만 만든다.
그럼 컨설팅은 무용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시장이 증명한다. 최근에는 성장세가 꺾였지만, 소위 세계 3대 컨설팅 펌(맥킨지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은 코로나19를 맞이하여 눈부시케 성장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여지 없이 발휘된 것이다. 유명 컨설팅 펌 출신 컨설턴트가 채용 시장에서 항상 우대 받는다는 사실 또한 그들을 최고의 인재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옛 말씀이 정확하다. 나도 브랜딩 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 컨설팅을 옹호하자면, 책임의 논리로 비판하는 건 어폐가 있다. 그렇게 치면 직원도 100% 책임지지는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책임의 영역이 다르다. 상품의 관점에서 컨설팅은 기업 맞춤 상품이다. 오직 해당 클라이언트에게만 딱 맞는 문제해결 방안이 담겨 있다. 문서 자체가 오직 한 고객만을 위한 지적 산출물인 셈이다. 고객사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컨설턴트는 제공하는 상품의 품질 책임을 질 뿐이다. 컨설턴트는 누구보다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다. 이건 대행사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컨설팅은 훈수다. 훈수를 받는 건 플레이어가 결정한다. 컨설팅의 무용함을 주장하기보다 컨설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뚜렷한 주관과 전략을 세우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 좋겠다. 필요하면 훈수를 받으면 되고, 좋은 훈수라면 선택하면 그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