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학대식 Aug 05. 2020

40대에 만나게 된 취미

요가일기 #5

가치확인


남들보다 더 빠르고 바쁘게 움직이며 더 많이 고민하는 것이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고, 오직 그것만이 세상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라는 공평한 기회를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법이라 가르침을 받고 또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하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것은 요가가 현대인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주위의 속도에 맞추어, 뒤처지지 않으려 악으로 깡으로 살다 보니 내 안의, 나만의 무엇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비단 본인만이 아닌 우리 대부분의 현실이 아닐까? 오직 쉼 없이 달리는 것만이 [맞는 것]이라 교육받고 또 그리 믿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조언하는 것만으로 삶에 요가를 들여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맞이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실망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고 나서야 비로소 본인이 직면한 인생의 문제에 정답이 하나 만은 아니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특히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라면 온전한 자신의 결단으로 삶 속에 이런 여유를 허락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를 생각해보면 현대사회에서 이 "쉼"이라는 가치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요가는 분명 매력적이 아닐까 싶다. 


가끔 요가에 관련한 글을 접하면 어느 누군가는 와락 눈물이 날 정도로 큰 감정적 교감을 경험했다 고백하는데, 본인이 남성이어서인지 아니면 그중에도 특히나 우둔한 편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직 위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사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수련실의 다른 분들 역시 본인과 비슷하지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끊임없는 요가의 시퀀스를 통해 본인이 잠깐이나마 고민 없는 시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수련을 선택하는 것도 또 수련 안에서 얼마만큼 자신을 다그치느냐도 결국 모두 본인의 선택이지만 어떠한 선택을 하던 수련의 시간에는 삶의 고민이 머릿속을 헤짚지 못하고 언제나 수련의 끝에는 고요한 평화로움이 기다린다. 


나름의 최고의 속도로 최선을 다해 고민하며 지내온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쉼을 허락받고, 또 이런 경험을 적어도 요가를 하는 시간에는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은 요가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매력이 요가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저 다리 한쪽만 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젖어들게 만든다. 한 가지를 시작하고자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본인과 같은 부류들이 가장 멀리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의 시간만큼 쌓여버린 무거운 책임감이겠다. 이런 어려운 결정의 결과물이 늘 옳았으면 기대하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하다. 쉽게 결정을 무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책임감이 힘들법한 새벽 수련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처음 만난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