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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Jun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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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에 취하는 대한민국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라는 단어의 권위는 얼마나 사람을 타는지(?) 살벌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너무나 격이 떨어지는 국가의 수장 덕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와 미국이라는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사기꾼, 협작꾼의 레벨로 수직 낙하했고 그 덕에(?) 나라는 준 전시상황에 이르렀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격해져 폭동으로 번져 주방위군이 투입되어 질서와 치안을 유지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한 것이다. 현재의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쓰라 권고하는 전문가들에게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한다 불만을 터트리는 국민을 가진 나라로 또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나라로 인지된다. 그리고 수준 떨어지는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나라이고 말이다.


애초부터 트럼프 같은 이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인류의 크나 큰 실수다. 물론 대다수의 상식을 가진 미국인들이 그런 것을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의 경찰 역할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을 신경 쓰겠다] 말하는 장사꾼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나 보다. 글로벌 시대에 나온 전체주의적 발언의 당사자가 대통령으로 뽑힐 만큼 말이다.역사이래 다인종 국가, 연방국가, 기회의 땅... 미국이라는 나라를 정의하는 문장은 많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표현은 누가 뭐라 해도 [이민자들의 국가]이다. 다른 것들은 겉껍데기일 뿐 나라의 근간을 설명하지 못한다.


역사수업시간에 배워 알고 있듯이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은 트럼프 같은 백인이 아니다. 자세한 내용이야 각설하고, 주인이 아닌 곳에서 마치 주인인 양 유세를 떠는 인종, 그들이 미국의 일부 백인이다. 그리고 그런 백인들 중에서도 악질의 인간이 다민족 국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어 벌어진 지금의 유혈사태와 지난 몇 년간의 글로벌한 촌극은 실로 한심스럽다. 적어도 미국인이 아닌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보기에 그들의 영광스러운 과거와는 지금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마치 본인이 백인이나 미국을 싫어하는 듯 보일 수 있겠지만, 본인은 결코 그런 고귀한 성향의 인간이 되지 못한다. 미안하지만 흑인보다는 백인 친구를 더 만들고 싶다. 여전히 [Made in USA]를 좋아하고 하와이에 여행을 가고 싶은, 아메리칸 캐주얼의 대명사인 폴로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좋아하는 그런 보통의 인간이다. 하지만 작금의 미국은 이런 본인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들의 대통령이 수준 이하임은 이 글 훨씬 이전부터 누차 언급했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 않으련다. 그의 말실수로 인해 플로이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 제발 가벼운 그 주둥이를 닫고 남은 임기나 무탈히 채우시기를 바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제 휴식시켰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생업, 곧 그들의 생활에 제한을 받는 삶을 강요받았다. 기실 선택을 하고 말고의 여지조차 없었으니 선택이라는 표현이 조금 이상한 듯 느껴지지만 이것을 제한받는 편이 죽음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기에 별다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제한으로 인한 고통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사회계층에게 집중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었고 빈곤한 이들에게 병원의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기실 대한민국과 같은 훌륭한 건강보험제도를 갖춘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아니 거의 없다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으리라.  


초강대국 미국은 오직 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맛 보여 주는 나라다. 미국의 의료환경이 열악한 것이 아니다. 그저 비용이 천문학적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 천문학적 비용을 감래해 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미국 사회의 제도적인 문제점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높은 마천루의 뉴욕 맨해튼과 따뜻하고 화려한 비버리 힐스를 떠올렸던 미국의 대표 이미지는 분명 변하였다. 슬프게도 말이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는 우리 모두에게 이제 낯설지 않다. 비록 비속어의 하나이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이 단어는 폭발적으로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지만 요즘 우리 주위에서 살포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어젠가부터 이 단어를 대체하며 [국뽕]이라는 단어가 슬며시 고개를 들이민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국뽕]을 맞고 있다. 평소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국민들이 코로나 사태 같은 국가의 재난과 위기에 똘똘 뭉쳐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을 인지하며,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진정한 모습이고 국민성임을 함께 느끼며 묵직이 자리 잡았던 [헬조선]을 순식간에 지워버린 것이다. 국뽕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마약을 복용한 듯 말이다. 


외국인에게 "I'm from Korea"라고 말하면 "North or South?"로 되묻는 무식한 인간들을 이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기를 기대할 만큼 코로나를 대처하는 대한민국은, 한국인들은 멋졌다. 밤낮으로 일하는 질병관리본부와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선의 의료인들의 엄청난 수고의 작품이고 정부의 권고를 불평 없이 이행한 국민 모두의 성과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선두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그들의 노력의 덕분으로 우리들은 지금 [국뽕]을 맞고 있다. 기분좋고 신나는 마약을 즐기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시기를 기회삼아 제대로 비상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티브이에 나온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바라보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잘 이용하면 건국이래 처음으로 같은 출발점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라고 했다. "우리가 언제 그런 기회가 있었냐"라고, "우리는 늘 쫓아가기에 바쁜 후발주자가 아니었냐"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위기를 바라보고 이를 극복해나가려는 기업가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셀트리온의 엄청난 성공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는 CEO의 혜안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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