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학대식 Jul 15. 2020

 불신의 시대

     국가를 믿지 않는 한국인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수많은 부동산 제재 가운데서도 역대 최고가로 아파트가 매매되었다는 뉴스들을 보며 합리적인 사고와 신뢰에 대해 고민해본다. 모든 인간은 오직 [본능]만을 가지고 태어나 점점 세상과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 그 [익숙해짐]을 위해 기꺼이 교육을 받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타인의 도움을 주고받는 일련의 [사회적 행동]을 이행함으로 사회생활을, 즉 진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누가 뭐라 해도 [신뢰]이다. 우리 모두는 믿음직한 타인과 조직 그리고 커뮤니티를 기대한다. 


별 대수롭지도 않을 본인의 경험을 몇 마디 적어본다. 그리고 분명히 본인과 비슷한 사람이 세상에 여럿 있으리라 짐작한다. 2013년 전세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와이프와 본인의 직장 양쪽에서 적정한 거리에 위치했던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의 전세는 대략 4억 원 대였다. 아파트의 분양가가 6억 정도였고 매매가 역시 이와 같은 수준이라 매매가 대비 70% 정도의 전세 가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당시, 본인은 이 전세가는 물론 매매가 역시 엄청난 거품이라 여겼다. 전세 만기 즈음 집주인분들이 분양가 즈음으로 집을 팔고 싶어 했고 세입자인 우리에게 넌지시 의중을 물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 2020년 본인의 신혼집은 10억을 훌쩍 상회한다고 한다. 배가 아파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12억을 넘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글을 쓰고 나니 더 배가 아프다. 본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주거의 형태를 전세로 결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경우도 있고 미래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기준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빌어사는 것"을 선택한 경우 역시 존재한다. 특히나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는 이 스스로 빌어사는 사람 즉, [자발적 전세자]가 훨씬 많겠다.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이 자발적 전세자들이 합리적이라 판단한 결정은 시간이 흘러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저 그런 잘못이 아닌 인생에 한번 오는 기회를 놓쳐버린 오답이라고 말하는 듯 느껴지기까지 하다.

우리는 타인의 의견을 특히나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권고를 잘 들으라 교육받았다. 그리고 이런 일종의 순종이나 복종이라는 정서가 교육으로 말미암아 한국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위치했기에 우리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다른 나라에 비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중이다. 국경을 봉쇄하고 국민의 이동을 제한한 몇몇의 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방역 케이스가 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국민들의 힘이다. 떠벌리기 좋아하는 현 정부의 능력이 아니다. 아무리 국뽕을 맞는 한국인이 많아졌다 한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말을 잘 듣는 한국인들이 말을 잘 들어서 문제가 생긴 경우 게다가 말을 안 들어야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 전체 시스템의 붕괴의 전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내어놓은 수많은 규제들을 비웃으며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가 쏟아져 나오고 부동산 중개소에는 갭 투자가 가능한 물건을 묻는 전화가 가득하다고 한다. 정부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 것에 가중치를 두는 것,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되는 것, 바로 이런 경우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이런 생각과 걱정이 이 부동산 황금기에 돈을 벌지 못한 전세 입주자의 넋두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아니 일정 부분 그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인정한다. 결국 본인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어느 누구는 엄청난 부를 만들었고 솔직히 속이 상한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경제적 손해 부분을 떠나 분명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합리적인 결정이 비합리적인 충동에 비해 결괏값이 현저히 떨어지고 공신력이 있는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결과가 좋은 것이 보통이 되어 버리는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물론 투자라는 것은 남의 말을 듣고 행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자신의 판단으로 실행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부가 하는 말과 경고에 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는 듯 보인다. 수많은 장치들을 통해 부동산 불노 소득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경고를 투기의 마지막 신호로 받아들이다는 말이다. 결국 책임은 본인이 질 테니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받는다 자신하는 이 정권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엄청난 수치의 지지로 그들에게 정책을 펼칠 기회를 주었지만 정작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실패한 정책은 어느 정권에서든 나온다.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결정이 최선을 결과를 보여주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가라는 공동체가 다스려지고 그 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면 적어도 불안함이 없어야 한다.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 즉 정권이 주장하는 목소리에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정책에 반하는 행위들을 엄벌하고 제대로 된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권위가 동반되어야 한다. 권위가 사라진 정부의 정책은 구성원들에게는 불안함을 동시에 사기꾼들에게는 기회를 선사한다. 그리고 상기의 이유로 이번 부동산 정책은 여전히 투기꾼들에게 시원하게 한 번 놀아볼 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의 재임기간 중 유일하게 실패했다고 인정한 부동산에 관한 일련의 정책은 그의 실패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현 정부의 인사들에게 그 어떤 유익도 주지 못한 것일까. 혹, 우리는 어느샌가 정부의 목소리와 의지를 얕잡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총선으로 그들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지만 정작 그들이 하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이런 불신임과 의심이 대부분의 국가 구성원들에게 통상적인 일이 되어버린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또 우리들의 교육과 사회제도들은 과연 이전과 같이 구현되게 될까.


그저 부동산에 국한한 정책의 부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분명 전에 없던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저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각 개인을 둘러싼 큰 울타리인 국가라는 단단한 사회를 믿지 못하고 있다. 그간 우리를 지탱해온 뼈대가 흔들리는 2020년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상투를 선택한 일부의 개인들은 시간이 지나 어떤 결과물을 받아 들게 될지 혹, 이 마지막 도발마저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그리고 그런 것이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에서 재차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과연 지금과 같이 대처할 수 있을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눈에 띄는 뉴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