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팅 뒤 단상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나 혹은, 부분적으로 마취를 하고 잠만 자게 하려할때,
잠은 푹 자면서 숨은 잘 쉬는 그 농도를 정확하게 맞추긴 쉽지 않다.
그 중, 우리끼리 말하는 '그 애매한 농도' 가 있는데,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수면제의 경우 '그 애매한 농도'에 도달하면 지각이 왜곡되서인지 앞에있는 사람을 매우 매력적으로 보는 것 같다.
보통 수술받으시는 분들은 누워계시고 눈앞에 보이는 남/녀는 마취과 의사인 경우가 많기때문에 다들 한두번은 '그 애매한 농도'의 환자와 당황스러운 대화를 한 경험이 있는데..
경험한 친구들은 다들 " 그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민망했어!" 라고 했다.
"선생님 너무 잘생기셨어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같은 말을 맨정신인 써전들이 있는 곳에서 듣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
(그 말을 들은 써전이 내 얼굴을 다시 확인하고 얼굴을 갸우뚱 하는 것은 덤..)
나도 말로만 듣던 '그 애매한 농도'를 경험한 날
환자분은 소리높여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선생님. 너무 예쁘세요"
"선생님 저랑 점심한번만 먹어요"
"선생님 저랑 한번만 만나주세요.."
너무 민망해서, 환자의 시야에서 사라져 멀리 뒤로 갔더니.
온힘을 다해서 소리치시는 환자분.
"선생님~~ 어디가셨어요~~~
저랑 낙지볶음 먹으러 가요오오오오오~~~~~!!"
민망함을 견디다 못해 더 푹 재워드렸다.
그나저나, 나 낙지볶음 좋아하는거 어떻게 아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