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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Oct 12. 2018

지금 전국에

마취과 의사, 텐팅 뒤 단상

A형 혈소판이 전혀 없어서, 
전국의 모든 혈소판을 끌어모아도 내일 새벽 4시쯤에 6팩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적어도 24개는 필요할 텐데.. 하고 오더를 넣고 나서 받은 저녁 6시의 전화. 

- 10시간 후 라구요? 그땐 이 분 살아있지 못할 수도 있어요. 
- 전국을 다 뒤져보았어요. 저희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알게 될 일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사실. 
너무도, 삶이 고단한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다. 조심조심
모든 게 순조로웠는데. 



10시간 후는, 결국 도달하실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혈소판 구하기도 어렵지만,
가난은 15k의 혈소판 보다 더 무서웠다. 

이분 인생의 많은 선택이 오늘과 같았겠지. 
운은 따르지 않고, 경제적 이유로 기회를 놓치고 포기하고, 선택지가 놓여있는 것 같지만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고. 

그의 삶의 마지막 날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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