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 텐팅뒤 단상
.3번방 벤틸레이터가 안걸린다고 합니다.
뛰어가긴 했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한건 아니었다.
여러곳을 연결하여 돌리는 인공호흡기.
어딘가의 접합부가 빠지는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하나. 둘. 모두 연결되어있고. 마지막 셋.
그건 수술 드랩아래 있었다. 그리고 드랩 속으로 기어들어가보니 셋. 연결되어있고. 그리고 튜브가 약간 밖으로 빠져있었다. 아. 설마.
기계를 수동으로 조작하니. 바로 알게되었다. 튜브가. 빠졌구나.
관을 넣고 빼는 것이 직업이니, 그게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다. 이런상황만 아니면.
환자는 목수술 중이었고, 목을 1mm도 움직여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수술중이라 전부 깨끗한 포로 덮여있었다.
기구도 엄청 박혀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관을 다시 넣을 수가 없다.
관을 못넣으면. 이사람은 죽는다.
노티를 일찍받은 탓에. 아직은 시간이 있었다.
써전은 기구를 빼야하냐고 물었다.
, 잠시만요... ... ... . 빼셔야할 것 같습니다.
. 아이 썅.
써전은 욕을 했다.
. 죄송합니다.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
기구를 빼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끊임없이 기구는 들락날락하고.
나는 드랩속에 기어들어가서 입에있는 것을 다 빼버렸다.
. 마스크 좀 줘봐.
마스크를 입에 대자 써전은 소리를 질렀다.
. 건드리면 안돼!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100%는 솔. 파#. 파. 미.
화면은 볼 수 없지만. 음은 들렸다.
마스크가 되지 않았다.
이거 정말 현실일까.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수가 있지.
. 레#
지금은 몇%나 될까.
마스크가 안되다니. 이사람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 aiway 줄래?
환자 입을 벌리자 써전이 말했다.
.지금은 움직이면 안됩니다. 사지마비 올 수 있다구요!!!!!
움직이지 않으면. 마스크를 대지 않으면 산소가 갈 방법이 없다.
그냥 이렇게 죽을수도 있는데.
2년차가 I-gel 가지고 뛰어왔다.
I-gel을 넣고, 적게나마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하며 수치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긴장된지도 몰랐던 팔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좀 더 안정적으로 넣었다. Tv 400. 아. 됐다. 이거때문에 죽지는 않겠구나.
기사가 다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다행히, 아무 신경도 다치지 않았다.
사지마비도 되지 않겠구나.
운전을 하며. 사고를 당한적 없는 것은. 내가 잘하기 보단. 그동안 운이 좋아서 였다.
일터에서도. 아직 내가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아서였다.
털썩 주저 앉았다.
악몽보다 더 악몽같던 순간. 평생 꿈에서 반복하게 될것만 같다.
무사히 지나가서. 환자가 살아주어서. 그때 전공의가 뛰어와주어서. 써전이 약간 욕은 했지만 협조해주어서.
정말 너무 다행이다.
그리고 I-gel 개발하신분 만세.
늘 주머니에 가지고 다녀야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을까.
이런날이면. 과연 내가 몇년이나 이일을 더 할수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런 사고를 만나고.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내가 어떻게 하냐와 상관없이. 내가 이일을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