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 텐팅 뒤 단상
수련 동기들과 송년회 :)
한강뷰를 드렸습니다. 라고 했는데, 한강 머네
제일 먼저 도착해서 혼자 누워있었다 ㅎ
친구들이 예쁜 장식을 가져옴
엄청 오래 잘 놀다가, 2시쯤에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거의 다 왔을때,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지?
- 선생님.. (흑).. 지금 ~~ 수술을 하고 있는데..(떨리는 목소리..)
- 응 괜찮아 울지말고 말해봐..
- 심정지가 와서..
- 지금 갈께
- 근데 일단 지금 심장은 돌아왔는데요.. 근데 심박이 너무 빠른데..(흑..) 에피가 두앰플 들어가서 그런지...
이것저것 몇가지 더 묻고, ' 금방 갈테니까 일단 약 더 주지말고 있어.. ' 했다.
강변북로 위인데 어디에서 내려서 가야하지.. 생각하는데, 같이 택시를 타고있던 친구가 말했다.
- 나 집에 빨리 안가도 돼. 병원으로 지금 가자
기사님께 별 말씀 안드렸는데, 기사님이 너무 서두르셔서 서너번 사고날뻔 했다.
마지막엔 커브돌다가 차가 미끄러져서 긁히며 정말 사고날뻔 해서 말씀드렸다.
"기사님, 빨리 안가주셔도 되요. 무사히만 가주세요. 저 못가면 안되요.."
가면서 몇가지 가능성과 몇가지 해결방안을 생각했는데, 수술방 들어서자 내가 생각한 모든 가능성이 틀렸음을 알았다.
수술은 마무리 되고 있었고, 전공의의 노티를 들으며 생각했지만 나도 정말 원인은 모르겠다.
초음파로 심장을 보았는데 세동이 너무 심해서 뭐라도 해줘야할 지경이긴 했다.
- 리듬이 언제부터 이랬어?
- CPR하고 리듬 돌아오고부터 계속 이랬습니다.
- 원래 리듬은?
- nsr 이었습니다. defib을 한번 더 해야할까요?
전공의가 내게 말하자 듣고 있던 수술과 교수님이 "해야할 것 있으면 하십시오. 저희는 언제든지 멈출수 있습니다' 하신다.
했다. 전기충격.
환자 바이탈 사인은 안정이 되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잘 갔다. 중환자실까지.
- 죄송해요 당직때마다 전화드려서.. 저도 제 내공이 왜이런지 모르겠어요 ㅠㅠ
하얗게 질렸던 전공의가 이야기한다.
- 나도 네 덕분에 쑥쑥 자라는 느낌이야 ㅎㅎㅎ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무섭다는 이야기를 했다.
- 아직도 내가 모든 것을 경험해본 건 아니잖아. 너무 무서워.. 이상하지? 우리 전공의땐 선생님들은 하나도 안무서워보였는데.. 나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정말 무섭다..
- 근데 너 전화받을때 하나도 안무서워보였어. 아마 옛날에 선생님들도 그러셨을꺼야.
가는 길의 택시는 아직 길에 취객이 많이 보이는 늦은 밤 택시였는데, 집에 가려고 부른 새벽 4시의 택시는 은은한 팝송이 나오는 이른 새벽 출근길 같은 택시이다. 환자도 잘 살았고 모든 것을 무사히 끝내고 가는 길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 네 덕분에 나도 쑥쑥 자란다
- 선생님이 더 자라실 게 어디있어요 ㅎㅎ
하고 웃는 전공의는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몰랐으면 좋겠다.
언젠간 나도 진짜 안무서운 날이 오겠지.
진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