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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13. 2019

온라인 탑골 공원

1. 김동률 콘서트

예매가 시작되던 시간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계산 착오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어느 골목에 서둘러 차를 대고 접속해서 대기번호로  수백명안에 들기를 성공했지만; 자리 정하다가 '뒤로' 를 눌렀더니 튕겨져나가 망함..

며칠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검색하다가 포기했는데, 마지막 공연 표를 선물받았다!


공연하신 노래중에 '취중진담'이 있었는데, 듣다보니 문득 그 시절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부르던 나와 친구들이 술도 안마셔본 10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 취하면 진담 하나보네... 하면서

전람회 1,2집은 테이프로 사서 들었는데 카세트 테잎을 사서 앞뒤 바꿔가며 듣던 가수가 씨디시절을 지나 mp3를 지나 음원 시대까지 가수를 하고 있다니... (그리고 그걸 다 듣고 있다니)




2. 온라인 탑골공원


처음 저 단어를 들었을땐 당연히 70년대 노래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90년대 노래들이었다.

추석 연휴때 남편이 틀어줬었는데 연휴 특집인줄 알았다가 유튜브에 계속 있는 것을 알게되어 오늘 아침 출근길에 틀었다.



근데. 신나보다기는 슬펐다.
그 곳엔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모르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고는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김현식이 있고, 아무도 죽지않은 NRG가 있고, 내년이면 사라질 룰라는 행복하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수능날 실려나갈 전교 1등 양파도 있고, 참한 여고생 박지윤도 있고  팬은 아니어도 멋있는건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문희준이 있고, 대한민국 바른청년의 표상 유승준도 있었다. 앞으로도 아무도 춤으로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은, 아직 두다리로 춤추고 있는 강원래도 있고 그의 숨겨진 연인도 모르는 척 무대에 있고..

사람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가 겪을 일들이 계속 생각나서 마음이 안좋았다.


그 와중에 웃음 짓게한, 예나 지금이나 잘지내는 그 분...



오른쪽 아래 표시 기억하시면 진정한 탑골..
(90년대 생들은 정말 모를듯.. 저런걸 왜 표시하나 ㅎㅎ)




얼마전 동생이 유튜브에서 16살의 나를 만난다면? 이란 제목의 영상을 보았다며 이야기해주어서 16살의 나를 만나면..? 생각을 해보았다.

쓸데없는 생각말고 공부나 해라.. 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말을 안듣겠지.





3. 그리고 양준일


온라인 탑골공원을 보게된 것은 이 분 때문인데, 우연히 보게된 슈가맨이라는 프로에서 이 분이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완전 유명하다고 해서..


나도 몰랐던 가수인데 (내가 알기에도 너무 어른..) 30년 앞서간 가수라고.. 하며 요즘 화제가 되나보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예능에 나온 모습을 몇개 보게되었는데, 정말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1년도 사진..)


한국말도 잘 못하는 사람에게 영어 가사가 많아서 방송 정지를 주고, 예능에선 이 세상에 꼬끼오 하고 안우는 닭이 어디있냐며 미국 닭울음소리를 계속 시키더니 토종닭이 미국닭 기를 죽여야한다며 더 크게 꼬끼오 하는데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카카두르두- 를 하는 20살 아이. 그냥 싫다고 이미 받은 10년짜리 비자에 도장을 안찍어주어 계획된 콘서트를 취소하고 미국으로 돌아갔어야했던 시간들.

동창들이 LA의 꽤 잘사는 집 아이였다고 기억하던 20대의 시간을 훌쩍지나, 한국에 오면 일을 쉬니 월세를 낼 수 없어 올 수 없었다는. 미국에서 서빙일을 한다는 50대의 그에게.

- 20대의 양준일을 만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고 묻자 그는 미소지으며 말한다.

- 준일아.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 질 수 밖에 없어!



20살의 나를 만나면..? 하는 생각을 덩달아 하다가, 25세의 나를.. 까지 생각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후 몇년간 내가 겪을 일들을 알지 못하는 나를 만나면.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릴 것 같았다.



하지만 또 10여년이 지나서 생각하니 그 때 생각만큼 내 인생이 흔들리지도 않았고 언제 그랬냐는듯 그럭저럭 또 살아가고 있다. 모든 좋은일 나쁜일 힘든일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다 지나가고 인생은 계속 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겸손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냥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는 그의 말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그의 말이 마음 깊이 들어온다.

나도 언젠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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