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적인 것이 주는 압박감

어설픈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역시나 피곤하다

by 이영훈

인턴 일을 지난 6월 첫째주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5주가 지난 셈이다. 이 일을 하기까지 수많은 사건과 고민과 자괴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인턴이 끝날 즈음에 따로 정리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찌됐든 집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으니 통근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카풀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간단한 게 아니더라. 내가 카풀 받는다고 주위에 얘기했을 때 어째서 다들 그렇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3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간의 고충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정리해 두고 싶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어쨌든 하고 싶은 얘기는 부차적인 것들이 주는 압박감에 대해서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것에 비해 통근이라는 건 정말이지 부수적인 것이리라. 하지만 여기서부터 오는 피곤함은 일터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이런 부수적인 것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해서, 혹은 그러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서 피곤함은 자꾸만 커진다.


차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매일같이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심지어 어떤 날은 처음 보는 사람과, 어찌됐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하니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지만, 개중에는 진짜 못알아먹겠는 영어도 물론 있었고 그들 또한 내 영어를 못 알아듣기 일쑤인데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침묵에는 또 무슨 얘기를 이어나가야 하나 두뇌를 풀가동하다가 힘들게 얘기를 꺼내봐도 수 분 이내에 다시금 침묵이 흐르곤 한다. 런닝 머신 위에서보다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 차 안이었다.


그렇게 언어 중추가 너무나도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집에 도착한 나는 녹초가 되고 만다. '무기력'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건가 싶다. 운동이고 연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침대에 드러누어 1분 1초를 소비한다. 아니, 낭비라는 말이 좀더 정확하겠다. 그러고 나면 어김 없이 '내일은 진짜 운동해야지'라는 공허한 다짐과 함께 잠에 든다.


어쩌면 하루 하루를 낭비하는 내 자신이 미워서 누구의 옷자락이 되었든 붙들고서 '네탓이오!'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일지 모른다. 그래서 괜히 영어에 서툰 내 자신을 탓하기보다, 이 어색한 인간관계를 지속해야만 하는 카풀이라는 상황을 탓해보는거다. 어쨌든 주변 탓을 하고 나면 자기 반성의 시간은 갖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까 이 글은 자기 반성이다. 그래, 난 지금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래야 정말 내일은 운동을 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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