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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 건 아니고 리뷰 Jul 07. 2021

<F1 본능의 질주> 리뷰







 첫 리뷰로 최근 가장 빠져있던 컨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온당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선정한 컨텐츠는 레이싱 스포츠 종목인 포뮬러 원(이하 F1)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의 다큐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이다. F1을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 제법 오래 됐지만 지난 4월, 뒤늦게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 후 한 달 반만에 세 개의 시즌 총 30 에피소드를 빠르게 시청했다. 중간에 학교 기말고사 기간이 껴 있었으니, 적잖이 빠른 시간이었던 건 확실하다. 그만큼 이 다큐은 뛰어난 흡입력으로 다소 생소한 종목인 F1의 지침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OTT 서비스들에서 제작한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퀄리티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 손흥민 선수가 활약 중인 토트넘 훗스퍼의 이야기를 담은 아마존 프라임의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동명의 시리즈로 맨시티를 담기도 했던 아마존 프라임은 <Take Us Home>이라는 이름의 리즈 유나이티드의 승격기를 담은 다큐로도 유명하다. 자체 컨텐츠 제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넷플릭스도 좋은 스포츠 다큐를 양산해온 제작사인데, ESPN과 함께 제작한 <마이클 조던: 라스트 댄스>와 자체 제작 다큐인 <죽어도 선덜랜드> 등 열거하자면 지면이 부족할만큼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번에 다룰 <F1: 본능의 질주>는 단언코 다른 다큐에 꿀리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죽어도 선덜랜드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모터 스포츠가 있다. 포뮬러 원의 하위 리그들과 FE(포뮬러E), WRC, 르망24, 인디500 등등.... 수많은 모터스포츠 속 F1은 아마 가장 상품성이 높은 레이싱 스포츠일 것이다. 현 시대 최고의 F1 레이서로 불리는 루이스 해밀턴은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연봉 순위를 논할 때 열 손가락 안에 개근하는 선수인 것만 보아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열 개의 팀과 팀 당 두 명의 드라이버 총 스무 명의 드라이버가 1년간 전세계를 돌며 그랑프리(대회)를 진행하는 이 대회는 시즌1, 1화에 이야기처럼 마치 단체 서커스단을 연상시킨다. 매주 주말 그 주의 그랑프리가 열리는 서킷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또한 차를 '머신'이라 부를 만큼 기술집약적인 스포츠의 특성상 많은 돈이 들어가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거나 수입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팀들이 도산하고 팔려가며 이름이 바뀌는 일이 잦기 때문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팀이 현재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많지 않은 스포츠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스포츠 다큐와는 다른 시선을 통한 접근을 시도한다. 기존에 선수 한 명이나 한 팀을 쫒아 다니며 찍었던 방식을 벗어나 포뮬러 원 대회 전체를 쫒아다니며 모든 팀과 패덕(서킷 뒷편에 팀들의 베이스 캠프가 차려진 일종의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냈다. 2018년부터 매년 시즌을 함께 돌며 시즌당 10개의 에피소드를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팀들간의 또 선수들간의 경쟁과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담았다. 이러한 다큐의 특성은 F1과도 잘 맞을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다큐멘터리에 없는 방식으로 이 시리즈의 몰입을 돕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레드불 레이싱 팀


 초기 대회부터 참여한 페라리와 유서깊은 메르세데스, 신생 강호로 분류되는 레드불 등의 팀 뿐만 아니라 명가의 재건을 노리는 맥라렌, 르노, 윌리엄스. 신생팀의 반란을 노리는 레이싱포인트와 하스 등 적은 수의 팀이지만 F1의 경쟁은 치열하다. 때문에 20명으로 한정 된 드라이버의 라인업은 선수들로 하여금 엄청난 압박과 경쟁을 야기하는데, 다큐멘터리는 그것에 집중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다큐에서는 F1에서 사용하는 최신 기술의 놀라움 머신의 성능 보다는 잘 키운 드라이버를 대형 팀에세 빼앗기는 상황의 중소 클럽, 그리고 이적이 결정난 상황에서도 함께 가야하는 그들의 동거. 새롭게 올라오는 루키들로부터 시트를 사수하기 위한 기존 선수들의 노력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 팀메이트와도 경쟁해야 하는 F1의 잔인함 등이 주된 내용인 것이다. 


 F1 드라이버가 되는 일은 드라이버에게 많은 부와 명예를 선사해 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목숨을 머신과 서킷에 맡기는 일이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즌3에서 중심 인물 중 하나로 나오는 드라이버 세르히오 페레즈는 F1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멕시코에서 유럽으로 너머와 보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일곱번의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한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 그의 팀 메이트 발테리 보타스는 훌륭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해밀턴에게 1위를 양보하길 강요받는 상황에 대해 지독한 스트레스에 휩쌓인다. 또한 2019년 f1과 함께 서킷을 돌며 이뤄지는 F2 경기 중 사망한 드라이버 위베르는 루키로 데뷔하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촉망 받는 레이서로 모두의 기대를 받던 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큐를 통해 보고 있자니 20명의 드라이버들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시즌3의 막바지 하스 팀의 창단부터 함께한 케빈 마그누센과 로맹 그로장 두 선수가 다음시즌 시트를 루키들에게 내주며 씁슬히 F1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고작 다큐로만 접한 것이지만 그간 정든 이들과 이별하는 느낌마저 든다. 괜히 이 시리즈의 영문 제목이 <F1: Drive to Survive>가 아니었으리라. 


f1 드라이버


 물론 다큐는 그 해 F1 대회의 흐름과 대회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 또한 놓치지 않는다. 다만 인간적인 이야기를 위해 이러한 대회의 흐름을 단순히 시간의 순서대로 배치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그 시즌 F1을 팔로잉 했던 게 아니라면 다큐를 통해 대회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다. 물론 내가 그랬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머신의 속도감, F1의 묘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라디오 팀 토크와 피트스톱 등 깨알같은 요소들을 통해 입문자에게도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피트스톱 장면이 매 회 타이틀 컷으로 나오는 것도 F1 다큐에서만 만들 수 있는 씬이니 보는 재미가 있다. 단순하게 머신의 색상을 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중후한 초록색의 메르세데스와 키 빨간색 하나만으로 그 위엄을 뽐내는 페라리의 머신. 다양한 색이 섞여 신생팀의 포부를 보여주는 것 같은 레드불의 머신과 주황색 맥라렌, 핑크색 레이싱 포인트까지. 영국에서 시작한 스포츠이며 많은 팀들이 영국을 본고장으로 삼고 있지만 레드불의 오스트리아 르노의 프랑스, 하스의 미국, 페라리의 이탈리아 등 각자의 홈 서킷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대하는 팀들의 자세도 이 다큐 나아가서는 이 스포츠를 관람하는 포인트가 되어준다. 


 나의 경우 이 다큐를 통해 F1에 입문 후 경기를 챙겨보고 더 자세한 스포츠의 이야기들을 찾아봤기 때문에 아쉬운 면이 있었다. 다큐를 통해 입문하고 올해 경기들을 찾아본 나로선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올 시즌4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막스 베르스타펜이 해밀턴의 독주를 막고 있는, 일본이 드라이버 유키가 혼다의 스폰서를 받으며 당당히 서킷을 달리고 있는, 복귀한 노장 알론소와 전설 미하엘 슈마허의 아들 믹 슈마허가 경쟁하는 이번 시즌 넷플릭스는 어떤 뒷 이야기를 품고 나올까.


@supybysu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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