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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 Oct 19. 2016

센스의 재발견

기분 좋음에 대하여

1.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 대부분은 규모나 분야에 상관없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그것은 가게의 시설이 좋거나 예쁘거나 하는 눈에 먼저 띄는 것만은 아니다. 물건을 보관하고 진열하는 방법, 계산하고 봉투에 담고 잔돈을 접시 위에 올리기까지 손님을 대하는 직원의 행동, 손님이 상품을 살펴볼 때 불편함이 없도록 잘 짜인 동선 등 공간에 들어서면서 나갈 때까지의 종합적인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2.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에게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려운 일이어도 쉽게 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쉬운 일이어도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경력이나 외모, 성별의 문제가 아닌 일을 대하는 자세나 해결하는 방법에서 더 드러난다. 어려운 일도 쉽게 일하는 사람들과는 어떤 주제라도 대화가 술술 이어져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겁게 만든다. 어쩌면 그렇게 대화가 잘 되기 때문에 일하면서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

1, 2와 같은 경험은 구체적인 형태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지만 ‘기분을 좋게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단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완벽한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게 하거나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감정이고 아주 섬세한 것이다. 


4.

기분은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도 어릴 적부터 체득한 편안함이나 즐거움이 기분 좋음의 기준을 만들곤 한다. 경험이 다르다면 동일한 조건에서도 서로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약간 어질러져 있는 책상이 편안한 사람도 있고, 자로 잰 듯 각이 맞춰져 있어야 안정감을 찾는 사람도 있겠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만큼 '기분이 좋다'는 무척 개인적인 감정이다. 


5.

다양한 경험의 사람들이 기분 좋은 만남을 위해서는 먼저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상대가 겪었던 경험을 알고 나의 경험을 공유하면 서로 적합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비록 당장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면 기분은 좀 나아질 것이다. 어쩌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내 경험에서 찾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6.

한편 1대 1의 상황과 달리 1대 다수의 상황, 그러니까 상품을 기획하거나 가게를 만들 때는 한 명 한 명 대화하며 맞춰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처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의 경험으로 만든 ‘지식’이 필요한 이유다.


7.

자기 스스로 경험이 부족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 단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1대 1의 상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문제 해결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자기만족으로 밖에 끝나지 않는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는 그 손님의 수만큼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불만들이 쌓이면 객관적인 문제가 된다.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아니 그보다 더 능동적으로 모두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많은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번창할 수 있다.


8.
<센스의 재발견>의 저자 미즈노 마나부는 이러한 ‘기분을 좋게 하는 것’ 그러니까 ‘수치화할 수 없는 사실과 현상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은 특별한 사람이 타고나는 것이 아닌 '기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수치화할 수 없는 사실과 현상을 측정하는 방법을 많이 알면 알수록 좋아진다는 것이다. 지식을 쌓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을 때 보편성을 뛰어넘는 통찰력이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통찰력이 있는 사람에게 우리가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있다.

“센스 있으시네요.”



센스의 재발견 

センスは知識からはじまる
haru, 2015

<센스의 재발견> haru, 2015


70p. 센스란 무엇인가, 센스가 어떻게 필요한 시대인지 이해했다면 ‘어떻게 센스를 지녀야 할 것인가?’라는 본론으로 들어가자. ‘센스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평범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평범함을 알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지식을 얻는 것이다. 센스란 지식의 축적이다.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86p. 좋은 센스를 지니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고 과거에서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동시에 센스란 시대를 한 걸음 앞서 읽는 능력도 가리킨다. 먼 미래로 뛰어 들어가면 소비자는 미지에 대한 공포와 위화감을 느껴 따라오지 않는다. 아웃풋 그 자체는 시대보다 반걸음 앞서야 한다. 하지만 반걸음 앞선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걸음 앞, 두 걸음 앞을 읽는 센스가 필요하다. 과거를 알고 지식을 쌓는 것과 미래를 읽고 예측하는 것은 얼핏 보면 모순 같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명확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식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 센스이다.



149p. 센스를 기를 때 호불호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호불호는 객관적인 정보와 상극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대개의 사람은 우선 호불호로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유리잔을 발매한다고 하자. 표본이 도착하면 다들 저마다 주관적인 의견을 말한다.
“이 잔은 이 부분이 괜찮네. 진짜 예쁘다.”
“이 잔은 감촉이 싫어.”
이렇게 호불호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센스, 즉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의 범위 내에서만 대화가 성립한다. 같은 회사의 같은 프로젝트 팀이라도 모두 같은 양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취미 기호로 회의하면 결론은 없고 시간만 간다.


157p. 센스를 기르는 방법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과 객관적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불성실과 확신은 센스 향상의 적이다. 지식은 얻으려고 노력하는지/안 하는지의 문제지만 확신은 무의식적인 것으로 조금 성가신 문제이다. 
확신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평소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엉뚱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소한 것부터 시도하자. 평소 보지 않던 잡지를 읽는다, 평소 보지 않던 TV 프로그램을 본다,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던 부하나 상사와 이야기를 한다. 나라는 인간의 틀을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만드는 요소는 주위 환경이다. 그래서 주위 환경을 바꾸면 나 자신의 틀도 변한다. 여기서 센스의 다양성이 자라난다.


센스는 이미 당신에게 있다


저자: 미즈노 마나부(水野學) 

good design company 대표이사, 게이오대학 특별초빙 준교수 

1972년 도쿄 출생. 타마 미술대학 그래픽디자인과 졸업 후, 1998년 good design company 설립.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진짜 팔리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브랜드 만들기부터 상품기획, 패키지,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까지 종합적으로 디렉팅 한다. 주요 작업으로 NTT 도코모 ‘iD’, 구마모토현 공식 캐릭터 ‘쿠마몬’, 농림수산청 CI,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中川政七商店’ 브랜딩, ‘구바라혼케 久原本家’ 브랜딩, KOWA ‘FLANDERS LINEN’ 브랜딩, 우타다 히카루 CD 커버디자인, ‘TOKYO SMART DRIVER’ VERY×브릿지스톤 콜라보레이션 자전거 ‘HYDEE.B’ ‘HYDEE.Ⅱ’, 대만 세븐일레븐 ‘7-SELECT’, ‘adidas’, ANA ‘travel Smap’ 등이 있다. 

세계 3대 광고상인 ‘One Show’에서 금상. ‘CLIO Awards’에서 은상 등 국내외 수상 경력 다수. 

www.gooddesigncompany.com


역자: 박수현

번역가.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연구과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쳐 일본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트루 포틀랜드≫ ≪느긋하게 오키나와 외딴섬 여행≫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당신의 운명이 예약해 둔 성공지정석≫ ≪어려보이는 피부를 만드는 모공케어≫ ≪내 몸이 예뻐지는 반신욕 다이어트≫, 지은 책으로는 ≪히든카드 초급일본어패턴 55≫와 함께 지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by THANKSBOOKS

땡스북스 금주의 책 2015년 10월 16일 ~ 10월 22일


주1. [by THANKSBOOKS]에 게재되는 글은 홍대앞 동네서점 땡스북스에 올렸던 에세이/리뷰를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필요에 따라 처음 게재되었던 글과 다르게 편집/각색되거나 내용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주2. 위 내용은 개인적인 감상으로 출판사 및 땡스북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3. 발췌된 책의 내용과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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