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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생 Mar 29. 2019

[#1] 우리는 왜 대학원에 왔는가?

도망쳐 온 대학원생과 학문을 쫓아온 대학원생의 이야기

경고
본 이야기는 대학원 생활을 고작 2년밖에 경험하지 못한 석사생들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무분별한 참고는 주위 대학원생들과 교수님을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성준 : 형은 왜 온 거야 대학원?

한성 : 나는 학부 다닐 때 전공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 전공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어디서 써먹어 볼 수 있을지 같은. 이런 관심은 자동으로 학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지. 그때 가장 내가 대학원을 고르는데 크게 작용했던 이유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전공을 더 깊이 배워서 사회에 바로 써먹어 볼 수 있을까?" 였어. 그러기 위해서 대학원은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 거였지. 학부생 때 배웠던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성준 : 그럼 학부생 때부터 형의 전공에 대한 관심이 많았겠네

행복했던 때를 상상하는 1인...

한성 : 그렇지 그래서 인턴을 미리 해보고 여러 선배들을 만나보고 그런 것들을 좀 많이 했지

성준 : 학점 몇??ㅋㅋㅋㅋㅋ

한성 : 학점도 매우 중요하지, 학점도 나름 괜찮았어;;; 그러고 보니 너도 장학생이잖아

성준 : 아... 그건 정말 상처뿐인 영광인데 ㅋㅋㅋ

한성 : 그럼 넌 어떻게 대학원을 들어왔어

실제로 팽팽 놉니다.

성준 : 나는 되게 애매한데, 난 사실 대학원으로 도망 왔어.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겠지만 난 나처럼 도망 오는 사람도 되게 많을 것 같아. 도망 온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학교를 위해 짜여있잖아.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교육이 대학을 위해 존재하지. 학생들은 그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달려가잖아. 마치 대학이 골인 지점인 것 같이 말이야. 내가 살아본 바로는 분명히 대학교가 끝이 아니란 말이야. 오히려 그전보다 더 큰 바다로 나가는 부두 같은 곳인데, 아무도 대학교 이후를 설명해 주진 않아. 대학교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졸업 이후 어떤 길들이 존재하는지. 이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알려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어. 심지어 우리도 맨날 공부만 시키니까 그런 걸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는 거야. 

성준 : 나도 당연히 그랬지. 대학 가면 어련히 잘 되겠지 생각하며 대학을 왔지. 막상 대학 들어가면 뭐 달라지는 것도 없어. 그냥 그대로인데 장소만 옮겨 가는 거야. 당연히 대학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온 사람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이뤄버렸으니 그다음 할 게 없는 거야. 할거 없으면 뭐해 놀아야지~. 그렇게 졸업 시즌이 왔는데 아무것도 준비 안되어 있을 때의 막막함. 내가 뭘 하긴 해야겠는데 이 스펙으로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고. 이런 상태에서의 대학원은 나에게 도피의 장소였던 거지. 사회에서 "개소석"이라는 말이 있더라? 뭔 줄 알아?

아니 뭔데?

성준 : 개나 소나 석사 ㅋㅋㅋㅋㅋ

성준 : 당시 통계청에서 본 데이터는 대학생 중 대학원을 가는 비율이 전체에서 20프로 밖에 안된다고 했거든. 그럼 아무리 개 소석이라고 하지만 다섯 명 중 한 명이 간다는 이야기고 저 정도 비율이면 석사 메리트가 있다고 봤지. 석사 자격증 들고 있으면 당연히 내 앞에 4명은 제치는 줄 알았지.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긴 했지만)  

성준 : 사회에 나갈 자신이 없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같은 것에 대해서. 그런면으로 볼 때 석사는 2년이란 시간을 얻고 박사는 무한의 시간을 얻잖아 ㅋㅋㅋㅋㅋㅋ

학생 신분과 사회인의 신분 그 중간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도피를 한 거지.

한성 : 그래도 대학원이란 걸 무턱대고 지원하진 않잖아. 알게 된 경로는 있지 않아?

성준 : 나는 자대 대학원을 진학한 케이스야. 우리 대학은 졸업하려면 필수로 몇 시간 정도 대학원을 경험해봐야 했어. 무작정 들어간 대학원에서 만난 선배들의 이야기가 사회 나가기 전에 인큐베이터로 괜찮다 라고 하길래 마음을 먹게 되었지. 형은 그런 거 있었어?

진심어린 선배님들의 충고..

한성 : 난 선배들의 도움이 제일 컸던 것 같고..

성준 : 도움?

한성 : 응 도움, 진심 어린 충고? 대학원 오지 마라~ 대학원 왜 오려고 하냐 같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었지. 내가 다니던 학교의 경우에는 졸업이나 진로에 대학원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코스는 아니었는데 방학 기간에 몇 개의 실험실을 오픈해서 학부생들이 실험에 참여하면서 경험해 볼 수 있었지.

성준 : 약간 노동력 빨아 먹히는 느낌인데?ㅋㅋㅋㅋㅋ

한성 : 참여하면서 실험실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고~

성준 : 벌써 그때부터 노예생활을 배우는구나? 

한성 : 어 ㅋㅋㅋ 실험실 생활은 9 to 6가 아니구나. 9 to 9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한다.

또 인턴을 가서 거기 있는 직장인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고. 학위가 필요한가요? 같은.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해보면서 답도 들어보면서 많이 생각해 본 것 같아 나는.

한성 : 인터넷 보다가 "학부생들이 대학원을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게 있더라고? 2011년도 한국 고용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72%)이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서가 차지했고 그 뒤를 이은 게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16.8%)가 차지하더라고.

성준 : 내가 만일 설문 조사에 참여해서 고른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를 고를 것 같아. 같아서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 같아. 막연하게 학부생으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으니 석사가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 

성준 : 결국 형과 내 이유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대학원을 온 이유인 거고 앞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올 이유인 거지.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이 그 친구들이 혹시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나 착각하고 있던 점에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어. 좋은 쪽이면 더욱 좋겠지.


[10분대학원생활]

매주 화, 목 업데이트 됩니다.

대학원 고민, 대학원 후 진로, 대학원 생활에 관한 문제들을 모두 다룹니다.

이 글이 대학원을 목표로 하는 모든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 https://youtu.be/S6RTWv9hN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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