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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생 Jul 08. 2017

햄버거병과 그 이면

로빈 쿡의 "독 O-157"이라는 책을 읽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제가 중학생즈음 해서 읽은 책인데 아빠와 딸이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딸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갑니다. 딸아이는 결국 죽게 되고 그 원인이 덜 익은 햄버거 패티에 있다는 것을 안 아버지와 그 주위의 이야기를 대형 패스트푸드점, 언론, 영리 병원 등의 소재를 이용하여 풀어 나갑니다. 옛날 나온 의학 소설 치고 재미 있으니 시간 남으실 때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대학생도 넘어 이미 학생이란 단어가 멀어져 버린 지금 옛날에 읽은 이 소설이 기억 나는 이유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몇 일전 한국 맥도날드 지사가 한 부부로 부터 고소 당했습니다. 그 이유는 부부의 4살배기 딸이 현재 신장이 심하게 망가져 투석을 받고 있는데 그 원인이 맥도날드의 덜익은 햄버거 패티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부부의 딸이 걸린 질병은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는 급성 신장염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햄버거병입니다. 햄버거병이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질병입니다.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이 붙은것도 미국의 한 햄버거 회사의 덜익은 패티를 통해 많은 어린아이들이 감염되어 복통, 설사, 혈변 등에 이은 급성신장염을 일으켜 이슈가 된 후 붙은 이름입니다. 

인형으로도 판매가 되는 우리의친구 E.coli !

햄버거병은 E.coli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에 의해 발병됩니다. 이 E.coli라는 친구는 제 장에도 있고 지금 이글을 읽는 분들 장에도 있는 장내세균인데, 이 중 성질 더러운 친구 몇몇이 어린아이, 노인층 에서 심한 질병을 일으킵니다. 그 중 E.coli O157이라는 친구가 가장 악질입니다. 햄버거 패티 같은 종류를 분쇄육이라고 하는데 이 분쇄육에는 고기만 들어가는게 아니라 내장등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갈리고 난 후는 다 똑같으니까요) 따라서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그대로 분쇄육에 갈려 들어가 숨어 있다 덜익은 패티를 먹은 사람의 장내에서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거죠. HUS는 이 세균이 뿜는 독소가 장을 통해 들어가 우리 몸의 적혈구를 파괴하고 파괴된 적혈구의 파편이 신장에 칼같이 박히게 되면서 신장이 상처를 입은 후 제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다른 장기까지 부전이 오게 되는 질병인 겁니다.


사건 발생 후 식약처에서는 맥도날드로 긴급점검을 나갔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이상없음' . 사실 그럴만도 합니다.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주문이 들어오면 패티를 굽는 기게에 패티를 굽고 그 패티에 야채와 빵을 쌓아 올리는게 햄버거라 그릴에 설정되어 있는 온도, 야채를 보관하는 장소 등을 검사했을 테니 당연히 그것엔 이상이 없었을 겁니다. 여기까지 보면 맥도날드도 억울할 만 합니다. 맥도날드 측에서 제공하는 기계적인 부분들은 모두가 제 기준에 맞추어 돌아가고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우리알바의 현실 ㅠ

그러나 정말로 햄버거 패티에 의한 감염이 원인이라면 맥도날드 측에서 간과한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결국 기계에 패티를 넣는 것도 사람이며 기계에 넣기전 패티를 야채를 써는 도마, 빵과 접촉 할 수 있는 도구들에 놓아 교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사람입니다. 맥도날드의 대부분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돌아갑니다. 주문받는 것도 패티를 굽는 것도  햄버거를 조립하는 것도 재료를 옮기는 것도 모두가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쉬운고용, 쉬운해고, 시간제이기 까지. 당연히 공중보건이라는 개념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 역시 사치였을 것이며 햄버거매장을 돌리는 하나의 부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사태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햄버거병이라는 막연한 공포 대신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들에 대해서 좀 더 논의하는 기회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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