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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생 Jul 24. 2019

반려견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

개 팔자가 상팔자다. 진짜 그 시대가 왔다. 삶의 동반자로서 반려동물의 역할이 강해지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 중이다.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8년 80조를 돌파했다. 모든 가구 중 약 6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한 집 건너 한집에 강아지든 고양이든 인간 외의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말이다.

국내도 만만치 않다. 반려견 사랑이 극진하다는 회장님 매장인 스X필드는 개판이다. 엉망이고 어지럽다는 뜻이 아니다. 정말 반려견과 함께 오는 가구가 늘었다는 뜻이다. 2012년 9000억이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대다. 유아용품 시장 규모가 2018년 2조 4천억이다. 실감이 나는가?

그러나 급격한 팽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정신분석학 세계에서 아이돌 급 인기를 자랑하는 분이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되시겠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에 관해서는 아버지일지 몰라도 반려견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 였을 거라는 말로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순수한 사랑이 불가능하고 항상 사랑과 미움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과는 다르게 개는 그들의 친구를 사랑하며 그들의 적을 뭅니다.“ 인간 정신세계의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개와 비교한 말이겠지만 개도 인간만큼 복잡한 정신세계를 가진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약 4만년 전부터 보면 개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에 가축의 역할이다. 고대사회만 하더라도 농사와 가축으로 먹고사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단백질 섭취원이 부족했던 시기 그 역할을 개가 했었다. 중세에서 근대까지만 해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돼지, 양, 소를 보기 힘든 곳에선 개를 식용으로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2.    경비와 사냥의 그 중간 역할을 하는 동료의 역할이다.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먹던 시기 개는 인간의 도구가 되고 동료가 되었다. 농업혁명 이후 사유재산이 생기면서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경비가 되었고 그 경비는 역할을 아주 잘 수행했다. 쥐, 고양이 심지어 사람까지 말이다. 

3.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이다. 반려견이라는 역할을 맡은 지 100년도 되지 않았다. 내가 출근한 뒤 날 기다리는 반려견의 영상을 본 적 있다. 얼마나 맹목적으로 날 사랑하고 충성해 주는지 알 수 있다. 귀엽긴 또 얼마나 귀여운가

https://www.youtube.com/watch?v=k4_bnW8zLHE – 반려견이 날 기다리고 있어

세 특징 모두 반려견이다. 가축 역할은 현대에 들어 목적과 의미를 잃고 사라져 가고 있다. 경비와 동반자로서의 역할이 적절하게 섞여 지금의 반려견이 있다.  


경기도가 여주에 전국 최대 규모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16만 5천여㎡의 크기에 358억 원을 들여 보호시설과 반려견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충북에서는 43억을 들여 반려동물 놀이터와 숙박시설의 건설을 추진한다. 사회적으로 정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생각한다. 반려견의 입지와 역할은 더 이상 사람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문제는 너다.

반려견은 동반자로서의 역할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공격성도 그들의 성격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보호자가 너무 많다. 친구에게는 한 없이 착하지만 적에겐 가차 없다. 강아지에게 적과 친구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보호자가 있는가? 

수의사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우리 아기는 안 물어요”다.  “제 여자 친구는 이슬만 먹고살아요”라는 말로 들린다. 여자 친구와 여행 가서 한번 이슬만 먹여봐라 어떻게 되는가. 

반려견이 주는 무한한 사랑은 보호자의 눈을 멀게 하기 충분하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수 록 반려견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공격성이 있으면 어떤가? 그것도 반려견 성격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조각이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반려동물 문화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인정하지 못한다면? 반려견 사고는 계속해서 이어질 거다.

이슬만 먹고사시는 분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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