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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믈 Nov 22. 2024

성수동 사세요? -5

성수동을 납득하려는 자에게

겨울이 오나 싶던 중에 선물 같은 날씨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잘 먹지 않던 술에 찌든 머리에 광합성을 시켜주고자 나선 곳은 집 앞 카페, 르 알래스카.



Le Alaska.

Le....Alaska....

알래스카가 불어권은 아닐 텐데...?


누룽지 구수한 한국말의 외국인 종업원.

오레오가 섞인 스콘.


남들보다 살짝 부족한 공감 능력의 소유자에게 성큼 다가온 잠깐의 혼란을 얼음 가득한 커피로 식힌다. 나 스스로를 납득시킬 근거를 찾아야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아, 이것이 성수동이다.

성수동이 왜 인기냐 묻는다면, 이 길 잃은 아이의 5분 뒤 같은 흐릿한 정체성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도무지 섞일 것 같지 않은 오레오가 스콘을 만났듯이, 볕 좋은 성수동에서는 굳이 이곳에 존재해야 할 이유 없이 만나 섞이는 것이다.



내가 되었든, 상대가 되었든 납득하였음에 집착한다면 집에서 따듯한 밥을 얻어먹기 힘들다. 그냥 누워서 자면 될 텐데 굳이 스스로를 뒤집어서 불편하다며 우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도, 그것이 6달 된 아기라면 더 빨리 달려가지 못한 나와 구르기 좋게 둥근 지구의 탓일 뿐. 아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해하지 않고 넘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일 뿐. 어쩌면 남들에겐 내가 더 이해되지 않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납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수동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여전히 이 비좁고 사람 많은 골목에 차를 끌고 와서 불법 주차를 하는 사람들을 납득하진 못하고 있지만, B로 시작하는 고급 차량을 모는 사람들은 원래 그런 존재인가 보다.


하지만 내 차를 그런 눈으로 보진 마세요.

전 그냥 여기 살기 때문에 여러분들을 헤집고 집에 가야 하는 동네 주민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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