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단언은 쉽게 하면 안된다. 지난주 일기는 찢어도 될 것 같다.
이제까지는 넘나 저 난이도의 아이들만 맡아왔던 것이다. 이번주 맡은 아이들이 역대급이었다. 이번주에는 50대 선생님 반 아이들 대체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서는 50대 선생님과 남자 선생님이 주로 말 안듣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을 담당하고 계신다. 그런 두 분이 모두 휴가를 떠나셨다. 아동교육 고인물 50대 선생님과 체력과 경력을 겸비한 남자 선생님 두 분 수업을 쌩초짜 신입 교사들에게 맡기다니 이후 벌어진 일은 예견된 결과였다. 그야말로 난리난리 쌩난리가 났다. 중간에 너무 시끄럽다고 다른 반 선생님들께 경고를 받기도 했는데 솔직히 우리가 애들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없이 그냥 형식상 한 느낌이었다. 남자 애들은 슬슬 사춘기가 오는지 내가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도 '젊은 여자 선생님'이라는 거에 꽂혀서 텐션이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어떤 애가 난리 난 다른 애보고 '쟤가 원래 담임 선생님이 있을 땐 저정도로 시끄럽지는 않은데...' 하고 중얼거렸다. 하 역시 내가 만만해서 그렇구나 싶어 뒷골이 뻐근해졌다. 순간 홧김에 아무말이나 뱉어버리는 실수를 하고 만다. '근데 왜 선생님 앞에서만 그렇게 말을 안들어?! 선생님 좋아하냐?'라고 무심코 뱉은 말에 그 애는 앞구르기, 뒷구르기 및 '더러워~~~~~~~~~~'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교실 두바퀴 돌기를 시전했다. 그순간 소름돋게도 내 어린시절도 주마등처럼 스쳤다. 나도 딱 저나이 때 '젊은 남자 선생님'에게 오만 관종짓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사춘기란 무엇인가.. 사춘기가 저렇게 원초적이고도 전형적인 행동을 하는 호르몬 노예의 시기에 불과한 거였나..? 고뇌에 빠졌다. 사회화 되기 전 인간이란 그냥 말하는 고릴라에 불과함(고릴라 및 아이 비하 아님)을 깨달은 하루였다.
다행인건 이제까지 수업이 수월했던 아이들보다 이번에 맡은 아이들이 더 나의 어린시절에 가까웠음을 느끼면서 다시금 교육의 힘을 믿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랬던 나도 이렇게 사람이 되었다. 아직도 덜자라긴 했지만 저랬던 애가 저런 애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