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PAULE Oct 07. 2020

우리 사랑의 끝에는 무엇이 남았나

Que reste-t-il de nos amours?


Charles Trenet의 Que reste-t-il de nos amours. 리사 오노가 부른 영어곡도 즐겨 들었지만 나름 프랑스어 전공자로서(...) 원곡에 대한 애정도 컸다. 세월을 가늠하게 하는 거친 음질도 노래 제목 같아서 좋았다.노스텔직한 멜로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애처롭지는 않아서인지(아니면 샹송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사랑스럽게 부른 리메이크들이 많지만 가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


어설픈 인연은 거르고 걸러 오랜 기다림 끝에 너를 만나 남은 생을 함께 하려 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무것도 모르던 때 진작 서투른 연애도 해보고, 이별이란 것도 진작 겪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첫 연애이자 마지막 연애라고 굳게 믿으며 아낌없이 사랑한 끝에 고작 남은 건 지워야 할 사진들과 태워야 할 편지들이라니. 사랑의 끝을 노래할 때는 1943년의 불란서 아저씨나 2020년 한국의 서른 둘 나나 똑같네. 좋아하던 노래를 통해 이별의 쓴 맛을 새삼 제대로 느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녹슨 기억을 되살려 번역을 해보았다.


Ce soir le vent qui frappe à ma porte

오늘 저녁 바람이 내 문을 두드리며
Me parle des amours mortes

죽은 사랑에 대해 내게 말하네
Devant le feu qui s'éteint

꺼져가는 불 앞에서


Ce soir, c'est une chanson d'automne

오늘 밤에는 가을 노래가
Dans la maison qui frissonne

집안에서 울부짖고
Et je pense aux jours lointains

나는 먼 지난 날들을 떠올리네


Que reste-t-il de nos amours

우리 사랑의 끝에는 무엇이 남았나
Que reste-t-il de ces beaux jours

그 아름다운 날들엔 무엇이 남았나
Une photo, vieille photo de ma jeunesse

사진 한 장, 내 청춘의 오래된 사진 한 장
Que reste-t-il des billets doux

달콤한 편지들에는 무엇이 남았나
Des mois d'avril, des rendez-vous

4월들, 그 약속들에는 무엇이 남았나
Un souvenir qui me poursuit sans cesse

끊임없이 나를 쫓는 추억 하나
Bonheur fané, cheveux au vent

빛바랜 행복,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
Baisers volés, rêves mouvants

훔친 입맞춤, 불안한 꿈들
Que reste-t-il de tout cela

그 끝에는 무엇이 남았나
Dites-le-moi

말해주오


Un petit village, un vieux clocher

작은 마을, 오래된 시계탑
Un paysage si bien caché

가리워진 풍경
Et dans un nuage le cher visage de mon passé

그리고 구름 속에는 나의 지난 날 그 소중한 얼굴이


Les mots, les mots tendres qu'on murmure

그 말들, 우리가 속삭였던 그 부드러운 말들
Les caresses les plus pures

가장 순수했던 손길들
Les serments au fond des bois

숲속 깊은 곳에서의 맹세들
Les fleurs qu'on retrouve dans un livre

책에서 찾은 꽃들,
Dont le parfum vous enivre

당신을 취하게 한 향기를 품었던 꽃들은
Se sont envolés pourquoi?

왜 사라져버렸나



그렇지만 사실 리사 오노의 영어 가사가 더 눈물이다. 샤를 트르네의 화자는 홀로 추억을 곱씹으며 슬퍼하는 데 그치는데, 리사 오노의 화자는 무려 헤어진 연인의 행복을 기원한다.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당신의 건강을, 안전을, 재복을(!), 사랑을 기원하는 화자. 나에겐 아직도 조금은 먼 이야기.


I wish you bluebirds in the spring
To give your heart a song to sing
And then a kiss
But more than this
I wish you love
And in July a lemonade
To cool you in some leafy glade
I wish you health
And more than wealth
My breaking heart and I agree
That you and I could never be
So with my best, my very best
I set you free
I wish you shelter from the storm
A cosy fire to keep you warm
But most of all
When snowflakes fall
I wish you love
My breaking heart and I agree
That you and I could never be
So with my…

매거진의 이전글 야구 응원 팀을 못 바꾸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