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 식당에 들어갈 때는남아 있던 해가 나올 때는 다 넘어가 있었다.삼십분 정도나 실내에 있었을까 싶지만 기분으로는 두어시간 정도 뭉텅이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고, 마음도 그만큼 허전했다.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어느 노인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완전 퍼질러 있는 것은 아니었고,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긴 했다. 일어날듯 일어날듯 하면서도 아스팔트가 얼음바닥이라도 되는 양 헛몸짓을 해댔다.
그에게 다가가서 괜찮냐고 물으며 오른팔에 손을 댔다. 그는 내쪽을 쳐다보며 수줍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면서 나와 얼굴이 가까워지자 술냄새가 확연했다.
한손에 검은봉지를 움켜쥐고있었는데 술집에서 남은 안주를 싸온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는 '아들이...'라고 말하면서 말끝을 흐리더니 휘적휘적 걸어갔다. 약간 비틀거렸지만 성큼성큼 잘 걸었다. 키도 컸다.
나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힐끔거렸다.뭔가 생각날 것 같으면서도 딱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늦은 저녁 조깅을 하는 중에 떠올랐다. 듣고 있던 음악 덕분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죽지 않았으면 그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편평한 땅에서 미끄러질 듯 위태롭게 보이지만, 나에게 가져다 줄 뭔가가 들은 검은봉지를 손에 꼭 쥐고, 다시 휘적거리며 나아가기 전 잠깐 주춤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