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속도가 설령 같지 않더라도

같은 시간, 다른 속도지만 서로의 시간에 빼곡하게 기록된다면 괜찮아

by 다움

집냥이들이 그렇듯 야미도 아기고양인줄 아는건지 야옹야옹 우는데 그 수많은 야옹에 대한 나의 해석은

'간식줄까?' '배고파??' '심심한가. 같이놀까?' '어디가 아파?' 로 매우 단편적이다.

그저 귀여운 고양이의 수다랄까.


우리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 수 있다면 나는 가장 먼저 우리가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느냐고, 너의 묘생은 안녕하냐고 묻고 싶다.

너는 행복하다고 충분히 안녕하다고 말할까. 나도 너를 많이 아낀다고 사랑한다고 고백할까. 아니면 형편없다고 불행하다고 집사를 바꾸고 싶다고 답할까? 어쩌면 반려동물과 소통할 수 없는 이유는 집사들이 상처받지 않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사랑만 주는데 불행하다고하면 어쩔 도리가 없을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야미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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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신세인 집사가 고양이와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주말 한정이다. 그마저도 늦잠을 자기 때문에 반나절은 제외해야한다. 푹 자고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왜이렇게 늦게 일어났냐고 혼내기라도 하는듯 냥냥거리며 달려오는 야미. 소파에 앉아 옆자리를 툭툭치면 달려와 소파에 앉는다. 이 시간이 내가 제일 애정하는 토요일 이른 오후다. 적당히 내려온 해가 거실을 비추고 폭닥폭닥한 소파에 야미가 널부러져 있는 시간. 모든 공간이 따뜻하다. 적막하지만 외롭지 않다. 사각사각 야미의 그루밍 소리가 공간을 메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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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을 깨는건 귀여운 모습을 빼놓지 않고 담으려는 집사의 방정맞은 셔터음 소리.

모든 순간이 다 귀여운 친구를 더 많이 담아놔야지. 이렇게 야미 사진 잔뜩 찍고 용량이 부족해서 내 사진

지우는 나는 천상 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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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과 야미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안다. 나보다 서너발자국 늘 앞선 삶을 살아가는 야미의 순간 순간을 나를 위해 빼곡하게 남긴다. 출근 할 때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 말하지 않아도 밥통앞에 앉아 밥주고 가라고 무언의 말을 하는 야미를, '엄마 간다~~'라고 말하면 어디에서든 튀어나와 배웅해주는 야미를, 퇴근 후 현관문을 열때면 자다깬 얼굴로 나와 기지개를 켜며 반겨주는 야미를.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삶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이 올때 빽빽하게 남겨둔 순간을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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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건 최근 야미가 담낭염에 걸려 9일을 입원하고 나서 부터다. 입원 시키고 집에 왔을때 느꼈던 공허함이 잊히질 않는다. 우리가 함께 한 이후 야미가 집을 비운건 처음이었으니까.

우리가 집을 비우면 너는 오지않는 우리를 하염없이 기다렸을까. 밥 시간이 되면 밥통 근처를 서성이는 것처럼 퇴근시간이 되면 현관문 앞을 서성였을까.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우리의 부재를 돌아본다.


야미의 부재로 시간마다 성실하게 근무했던 자동급식기도 모래화장실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주인을 잃은 방석은 세탁기에 들어갔고 애착 담요는 병원행. 청소하지 않아도 집이 깨끗했다. 할 일이 줄어들어 시간이 남았다. 편했지만 편하지 않았다.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친구가 집을 비웠을 뿐이데 그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텅 빈 야미의 빈자리를 찍어놓은 영상과 사진들을 돌려보면서 헛헛함을 달랬다.


늘 누워있던 방석, 햇빛을 쬐며 자던 캣타워, 더운날 널부러져 있던 티비장 위, 보일러를 틀었을 때 녹아있던가장 뜨끈한 자리, 야미만의 아지트인 침대 밑, 눈 돌리는 곳마다 걸리던 야미가 부재하는 날이 왔을때 후회하지 않는게 집사로서의 목표다. 아무리 사랑을 줘도 후회가 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미가 떠나고 난 뒤 내 고양이가 행복했을거라는 믿음이 남아있길.


우리의 삶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더 애틋한 걸지도 모르겠다.

반려동물이 나보다 더 긴 생을 살아간다며 내 부재 뒤에 남겨질 반려동물이 걱정될테니까.

내 삶이 야미로 인해 행복해졌듯 야미의 묘생에도 우리와 함께한 시간들이 행복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의미로 새겨지길.

오늘도 나보다 빠른시간을 사는 야미를 빼곡하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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