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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ug 09. 2020

네가 내 고양이라 다행이야

반겨주어 고맙습니다

늘 가족들이 복작거렸던 환경에서 자랐던 터라 결혼 후 빈 집을 마주하는 게 가장 어색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무서움이랄까


야미를 키우고부터 퇴근 후 현관문을 여는 일이 즐거워졌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생명체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자다 깨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현관문으로 걸어 나와 '야~~ 옹'하고 우는 고양이는

왜 이제 왔냐고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냥냥냥 울어대곤 기지개를 켜다가 철퍼덕 누워버린다

퇴근한 집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야미는 눈으로 말한다.

'집사 뭘 보고 있어? 어서 나를 만져'

이런 따뜻한 호사라니.

퇴근 후 마중 나오는 야미,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한 모습

머리와 목덜미 배까지 쓰담쓰담해주면 곧 일어나 몸을 부비며 집사에게 나는

낯선 냄새를 지우고 엉덩이를 들이민다.

'이제, 내 엉덩이를 토닥여줘'라는 고양이의 언어.

자리에 앉아서 야미를 쓰다듬고 토닥이다 보면 종일 지쳤던 몸과 마음이 말랑말랑 해진다.

반려동물이 주는 따뜻한 온기와 무언의 힐링은 그 어떤 것보다 힘이 세다.

작지만 힘이 센 존재로부터 매일 위로받고 힐링받으며 출근해야 할 힘을 얻는다.

어디갔다가 이제 들어오냐고 물어보는 듯한 야미의 표정

야미는 개냥이도 애교냥이도 아닌 그저 순한 고양이지만 (우리는 이런 야미를 '순고'라 부른다)  

퇴근 후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어 주는 녀석

비록 그 시간이 5분 남짓이지만 (5분 후부턴 다시 집사의 짝사랑... 야미는 밀당의 고수가 틀림없다)

따뜻한 털 뭉치를 품에 안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집사로 만들어 주는 고양이

(얼굴에 털이 잔뜩 묻지만 그 정도쯤이야 참아야지)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털을 피해야 하지만 안약 넣으면 되니까 괜찮아)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환대를 해주어 고맙습니다:)

뭘 보고 있냥, 어서 날 쓰다듬으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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