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들 학교에서는 매 학기 통신표가 온다. 그런데 학업성취도가 이상하다. '상중하'다. 100과 90은 분명 다르고, 50과 30은 또 다를텐데. 두루뭉술하게 '상중하'라니. 등수를 매기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구분은 둔다... 는 애매모호함이라니.
나 때는 점수도 있었고, 수우미양가도 있었다. 과목별 기대치 점수와 실제 점수를 나란히 기재했던 내 초등학교 시절 통신표가 기억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성적이 누군가에겐 성취요, 누군가에겐 좌절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점수로 정확하게 알리는 게 어째서 나쁜 건지 모르겠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은 해야 할 게 아닌가. 그걸 가지고 건설적으로 아이의 발전을 도모하면 될 거 아닌가. 물론, 그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아이를 모독하거나 몰아세우면 곤란하겠지만.
초등학교 성적표는 이처럼 심플해졌다. 하지만, 고등학교 성적표는 사뭇 다르다. 요즘 고등학교 내신 성적표를 보려면 공부가 필요할 지경이다. 원 점수, 표준 점수, 등급제로도 모자라 아이들 학교 시험 점수가 0.1점 단위로 매겨진다. 입시 경쟁은 한껏 더 치열해졌는데. 근본적인 문제인 대학 서열화는 손대지 않은 채, 심플해진 초딩이들 성적표로 사람을 현혹시키기. 그래놓고 고등학교 가서는 안면 싹 바꾸고 뒤통수 후려치기. 나는 저 성적표를 볼 때마다 불쾌하다 못해 부아가 치민다.
사진: Unsplash의Joshua Gol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