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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나 Jun 07. 2023

IT기획자가 되려면...?

커리어 노마드, 30대가 되어 기획자가 되었다

  IT회사의 기획자(또는 PM, PO)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냐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글쎄, 뭘 해도 상관없다. 이 글에서는 '**경력을 쌓으시면 도움 됩니다!'라고 말할 생각이 없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것들이 기획자가 되는데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너무나 다방면으로 뻗어있던 나의 일 경험, connecting dots


 모아보니 다양한 나의 커리어, 언제 한 번 궁금해서 쭉 나열해서 써본 적이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의 이직 소식을 접하면, '인간 잡월드세요? 이번엔 또 무슨 일 하는데?'와 같은 말로 내게 안무인사를 묻는다. 역설적이지만, 한 가지 일만 오랫동안 한 친구들을 존경한다. 내가 못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커리어를 이어가지 않고 전직을 선택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30대 초반까지의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고, 모든 면에서 잘하고 싶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경험해 보겠다는 생각만 가득 찼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가구회사를 거쳐 인테리어 디자이너(설계), 문화대행사 공연담당 PD, 바리스타 등 다양한 필드를 넘나들며 전직을 해봤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무언가'를 만들고 기획하여 '사람을 연결하는'일에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구슬꿰기, 스티브 잡스가 말한 점 연결하기가 이런 것이지 않을까?


  IT분야에서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아닌 직군이 있다는 것을 일찍 알았다면, 아마 좀 더 빨리 필드에 진입하지 않았을까(그랬다면 IT붐이 일던 그 호황기를 누려보는 반짝이는 꿈도 꾸어보..ㄴ...)하는 생각을 했다. 아쉽지만 다른 직무 경험도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나를 만들어준 요소이기에 후회는 없다. 늦게라도 찾은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내가 하고싶은게 기획인지 어떻게 알지?


 사실 IT기획(UIUX기획, 서비스기획, 개발기획, PM, PO... 처음엔 그 차이도 전혀 몰랐기에 IT기획이라는 말로 퉁쳐본다)을 알게 된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져 나온 심리학을 찾아보면서였다. 특히나 그중 행동심리학이라는 분야가 매우 눈이 반짝이게 했다. 심리학자나 상담가나 의사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일. 그런 영역을 UX에서 발견했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UX와 UI를 독학하고, 강의도 듣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분야의 포트폴리오라는 걸 만들어보면서 디자인과 유사한 UIUX기획으로 입문했다.


 정보구조, 화면, 사용패턴, 인터렉션, 다양한 요소들을 의도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디자인을 배웠지만 일찌감치 미적인 부분에 재능이 없음을 알았던 나에게 기획은 정말 아주 적합한 영역이었다. 디자인의 3요소인 [심미성, 실용성, 경제성]을 모두 다루면서, '미'에만 치중하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마치 건축 설계도면을 그리는 작업과 유사했다(c.f. 굿디자인에서 말하는 디자인의 5대 조건은 합목적성, 심미성, 독창성, 경제성, 질서성이다). 전문적인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겨 의도대로 구현이 되었는지 지난한 논의를 하고, 실제 동작하는 부분은 개발자에게 맡겨 의도대로 구현이 되고 있는지, 완성품에 대한 퀄리티를 확인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하면서 매우 신났다. 특히 B2C 프로젝트를 할 때면, 아빠가 어릴 적 '이 건물 짓는데 아빠가 힘 좀 썼어!' 하면서 자랑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며 '이 앱 만드는데 내가 힘 좀 보탰지!'라고 자랑도 해봤다.



내가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 알려면, 그리고 되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성향을 가졌으며, 어떤 방식에 적합한지를 생각해보다 보면(약간 MBTI처럼) 아 나는 기획자 체질이야, 나는 디자이너 체질이야, 나는 개발자 체질이야,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다. 이건 누가 정해줄 수도 없고, 대신 고민해 줄 수도 없다. 결국은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실행에서 답을 찾게 된다. 그래서 많은 자기 계발 강사(또는 크리에이터)들이 '20대 때 최대한 많이 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마라'라고 하는 것이 매우 이해된다. 물론 이 논리에 너무 빠져 내가 하는 모든 행위를 합리화해버리면 30대까지 방황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나는 내 성향을 스스로 잘 알았지만 '어떤 산업군이나 직군'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더 잘 맞는지를 수도 없이 실험해 봤다. 그리고 그 일의 특성이 무엇인지 경험해 보고 좁혀나가는 과정을 겪었다. 꼭 나처럼 A-Z까지 해당하는 리스트에 모두 체크하며 이런저런 경험을 쌓을 필요는 없지만, 사람마다 다른 타임라인이 있고 이유가 있기에 적어도 1~2번 정도의 전직(회사를 옮기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업무를 해보는 것)은 경험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게 확실하게 진작 잡혀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이 흘러가듯 전문가로 성장하게 되더라. 이건 꼭 기획자가 아니라 어떤 직무에도 해당되는 진리이다.


 그래서 가끔 커뮤니티에 취준생 분들이 올리신 질문들을 보면 '기획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제가 학부 때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커리어를 UIUX로 쌓고 싶어요...?', 'PM의 커리어패스는 어떻게 되나요? 개발자도 PM이 될 수 있나요?'와 같은 고민들이 올라와 있다. 한동안 오지랖처럼 모든 익명글에 댓글을 달아주고 싶었지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라면 언젠가 마음먹고 제대로 한다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 많은 정보를 통해 '어떻게'에 해당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일은 오히려 쉬워졌다. 물론 양질의 정보를 잘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어려워지긴 했지만. 테스트하기 가장 좋은 대상은 '나'라고 생각하고 얼른얼른 무엇이라도 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어찌 저찌 지금은 기획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아마도, 외부의 어떤 사건에 의해 그만두게 되지 않는 한(AI가,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QA까지 해서 운영까지 하게 되는 날...?)내가 살아가는데 가장 긴 커리어를 기획자로 살아갈 것 같다. 이제는 이 업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 주변 사람들도 내 생각이나 말을 듣고 '천상 기획자네'라고 종종 말한다. 그런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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