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저번주 내내 기분이 안좋았다. 계속해서 예민하고 화가나고 속이 답답해서 일하는 내내 숨을 푹푹 쉬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둠의 구렁텅이 속에서 굴러다니다 오늘 드라마틱하게 기분이 좋아져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여태 브런치에 프랑스 관련된 이야기만 하다 갑자기 브런치를 일기나 개인적인 블로그 처럼 사용하면 브런치에서 나를 싫어하려나 하하.
다만, 기록은 항상 중요하고, 지금 쓴 글을 읽을 몇달후 또는 몇년 후의 나를 위해 글을 남긴다.
2024년 달력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려고 했던게 1월초인데, 프랑스 인쇄소에서 2주나 인쇄제작을 미뤄버렸다. 내 비즈니스에 금이 가는것이 짜증이 났고, 도데체 약속이란걸 뭐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작은 micro-entreprise라고 무시하는건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할때부터 저번주가 말리리라 예상하고는 있었다.
현재 만나고 있는 친구는 사업적으로 중요한 일로 일주일간 없었다. 애초에 나는 이 친구랑 메세지를 자주 보내는 편도 아닌데, 곧 이 친구가 차로 12시간 걸리는 남부로 내려간다 생각하니 내심 메세지를 자주 보내지 않는것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사실 내 삶의 즐거웠다면야 평소에 별로 화가 날 일도 아니였다.
이 일과 더불어 저번주에 계속해서 오는 연락에 지치고 있었다. 책 출판 관련된 약속도 있었고 소셜네트워크에 그림도 올리고 영상도 만들어야 되고, 기분은 안좋고.
심지어는 일주일간 봐주고 있는 고양이 때문에 스트레스는 가중이 되었다. 피피와 쟈비에는 내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사는 친구다. 아들과 약 이주정도 바캉스를 떠나는 동안 그 집에 살며 고양이를 봐주기로 했다. 예전에도 친구의 고양이를 봐준적이 있기 때문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피피와 쟈비에의 집은 멈추지 않고 난방을 틀기때문에 요즘 날씨도 춥겠다 집 전기세나 아껴보자 하고 덮석 오케이를 했다.
다만, 달력 제작과 배송일자가 계속해서 변경되면서 모든 일정이 무너졌다. 피피와 쟈비에 집에 이번주에 있었으면 안됬다. 달력 배송을 위한 봉투등은 내 집에 있었고 이걸 옮기기에는 시간적 낭비, 체력적 낭비가 심했다. 저번주 내내 내 집과 제 집을 드나들며 회사에서도 오늘 저녁에 어떻게 하면 시간을 줄이고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계획을 짜야 했다.
피피와 쟈비에의 고양이는 사실 그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고 원래는 떠 돌아다니는 고양이였다. 그래서 이 고양이는 집에서 밥을 먹고 쉬다가 새벽에 나가고 싶으면 야옹 야옹 울거나 내가 자는 방에 문을 박박 긁어댔다. 새벽 3시나 새벽 5시에도.
이 고양이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고 똥도 밖에서 해결하는 아이다 보니 북북 방문을 긁으면 무시하고 계속 잠을 청할 수 없었다. 1층으로 내려가 문을 열어주고 고양이를 내보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 이 고양이가 또 나가고 싶어할지 알 수 없으니 설참을 자게됬다.
이 모든게 내 미련한 결정이였으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더 이상 이 그지같았던 주를 참지 못한건 토요일? 아니 일요일이였다. 남자친구에게도, 나에게도 화가나고 고양이에게도 화가나고 인쇄소에서도 화가나고 복합적으로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화살이 남자친구에게로 갔다.
일요일에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오늘 전화해?"
남자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못해 나 지금 사람들이랑 밥먹고 있어"
곰곰히 몇시간 생각하다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이 상태로 가면 우리 장거리 연애는 힘들겠다.
그래서 그걸 장문의 메세지로 보냈다. 물론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서 고맙다고는 말했다.
이 친구는 미안하다고 했고 잘 마무리 되는가 싶었지만, 일요일에 한번 더 터졌다. 내 분이 안풀렸었다보다. 피곤한 이 친구에게 저녁에 전화를 걸어 "너 나를 그렇게 대하는거 조심해줘" 라고 말했다.
자 여기서 다음날 내가 기분을 좋게 한 문장이 나타난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너가 이러는거, 우리가 곧 장거리 연애가 되는 것에 대해서 무서워서 헤어질 구실을 찾는거잖아"
그때 화살을 맞은 느낌이였다. 아 내가 Peur d'abandon (버려지는것에 대한 두려움?) 이 있었구나. 사실 그가 한 말이 맞다. 나는 애초에, 이렇게 고통받을 바에야는 헤어지는게 맞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그가 나에게 대우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는 상처받기 전에 먼저 끝냄으로써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대표적인 회피형이였던 것이다. 내가 회피형인건 알고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예민하게 대하는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거니와, 사실 이번주 내내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고 화가 나는건지에 대해 해답을 계속 찾고 다녔는데, 그게 이 이유였다. 나는 화가난게 아니고 두려웠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일이 행해지지 않을 상황이, 그리고 누군가 나를 버리기 전에, 떠나기 전에 먼저 떠남으로써 나를 지켜야 하겠다는것이 사실은 자신을 고통받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고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에 참 좋아졌다. 솔직히 이 친구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감정을 쏟아서는 안되는 상황이였다. 그도 참 지치고 힘든 한주를 보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미안하고 제차 사과했다. 이 친구의 마음이 많이 상했는지, 나에게 실망했는지 그걸 생각하기는 했지만, 내 마음은 참 좋아져있었다. 단지 왜 내가 이번주에 그렇게 마음이 안좋았는지에 대해 해답을 찾았다는것이 참 마음을 좋게했다.
물로 해결된건 하나도 없다. 나는 여전히 회피형에 버려질게 두려워 먼저 헤어져버리고 마는 겁쟁이지만, 내가 여태까지 부정하려고 했던 것을 마주하니 마음이 좋아졌다.
그리고 한가지 오늘 나의 기분을 참 좋게 만든것 하나는, 내 집에 드디어 돌아왔다는 것이다. 내 집은 춥고, 습하고, 피피와 쟈비에의 집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지만, 그래도 내 집과 내 물건에 둘러쌓인 곳에 들어오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비로서 휴식을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는 이제 없다. 새벽에 나를 깨울이도 없고 춥워 꽁꽁싸매고 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한국 드라마를 보며 낄낄 거리는 이 순간이 참 감사하다. 지금은 오래만에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피피와 쟈비에의 집에 있으면서 일주일 내내 나는 뭔가 감시를 당하는 사람처럼 머리카락 하나 떨어지는것에도 신경을 썼다.
이 글을 보면 내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아 이 시간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이 안정감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창밖을 보다 그런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힘든 순간이 있어도 이렇게 또 기분 좋은 날이 있으니 나는 계속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를 기분 좋게 만든 이 두가지를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2024년 생일을 4개월 앞둔 28살의 내가 느낀 오늘의 좋은 기분을 이렇게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