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것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오늘은 아주 짧은 글이다. 그림도 넣지 않고 글만 써보려고 한다. 2023년 5월부터 10월까지 짧지만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소셜네트워크 yoon_yves가 잘 돼 가기 시작하면서 여러 제안도 받고 일과 병행하며 나름대로 중학교 3학년 예고 입시준비 때만큼이나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정신없이 약속이 이어졌고 일 점심시간에도 시간이 나면 그림을 그리거나 견적서를 만들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후다닥 저녁을 만든 뒤 그림을 그리거나 동영상 편집을 했다.
저번주에는 개인적인 약속이 많았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계속 사람을 보고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일요일 늦은 오후 친구집에서 돌아온뒤 오랜만에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참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났다. 왜 그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월요일 휴가를 냈다. 10시쯤 침대에서 나왔고 두 시간을 집청소를 한 뒤 점심을 만들어 먹고 6시 수영을 가기 전까지 동영상 편집을 했다.
중간중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최근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었구나.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지쳐있다. 오랜만에 혼자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좀 더 먼 미래를 그려보자. 좀 더 멋진 나를 상상해 보자. 그리고는, 이 일상에 내가 나 자신을 묻어버리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처럼 다시 한번 스스로를 파묻고 있었구나.
다시 글 쓰기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 자신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나 자신을 좀 더 바라봐야겠다. 누구보다 나를 돌봐야겠다. 나를 다시 돌아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최근 계속 화나 있고 힘이 나지 않았던 건, 나 자신이 지쳐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나를 잊고 살았던 것 때문이다. 남들에게 불평이 늘어났던 것도 나 자신이 남들을 품을 수 있을 여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느꼈다.
나는 우리 엄마를 참 많이 닮았다. 엄마나 나나 꽤나 강박적인 편인데, 뒤돌아 보지 않으면 계속해서 파고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좀 더 나은 자신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나를 생각하면 마음에 생기가 돈다. 그러니 조금 천천히 가야겠다. 오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좀 더 혼자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 옆에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기대를 한다. 기대가 아니고 기대기 시작한다. 어쩌면 최근 만나고 있는 친구에게도 괜스레 이리 피곤한 나를 알아달라고 투정을 부린 게 아닌가 싶다. 오늘 하루 혼자 보내고 나니, 다시 스스로 서자고 생각했다. 나는 가장 힘든 역경을 혼자의 힘으로 맞설 때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강하다. 힘들고 피곤한 순간에 그리고 힘이 필요한 순간에 내가 이야기하고 기댈 곳은 오직 주님뿐이다.
오늘의 휴가는 참으로 유익했다. 자신에게 좋은 휴식을 주었다. 최근에는 보이는 것에 급급해 이런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다시 앞으로 느끼는 것을 틈틈이 글로 기록해야겠다. 오늘 이 휴식은 나에게 어떤 사람들의 위로보다도 더 큰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