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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May 14. 2020

세계관의 만남, BTS와 한섬의 시스템

협업을 읽다

지난 12일 한섬의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 시스템 옴므는 방탄소년단(BTS) 협업 1차 캡슐 컬렉션 소식을 전했다. 글로벌 스타와 패션 브랜드의 만남. 흥미로운 뉴스지만 단순한 협업 소식으로는 별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내용이다. 기사를 대충 보자면 모델로서 BTS와 그들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권)를 활용한 브랜딩의 여러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메인 모델이기도 한 BTS는 푸마의 모델이기도 했으며, 안마 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의 모델, 비타민 제품 레모나의 모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한섬이 밝힌 협업 소식 또한 마뜩이 이러한 모델 기용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협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의 스타 모델 기용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스템 1차 캡슐 컬렉션의 모티브는 BTS 대표곡 중 하나인 ‘피 땀 눈물’이다. ‘피 땀 눈물’의 뮤직 비디오의 주제를 모티브로 티셔츠와 셔츠, 원피스, 후드 티셔츠 등 의류 아이템 20개 모델과 모자, 양말 등 액세서리 아이템 5개 등 총 25종으로 구성됐다. 1차 캡슐 컬렉션에서는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그래픽 디테일과 사물 등이 시스템 캡슐 컬렉션의 디자인 요소로 활용됐다. 이는 시스템의 옷에 BTS가 얹힌 것이 아니라, BTS의 세계관에 시스템의 옷이 얹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BTS는 단순한 어떠한 브랜드의 모델이 아니다. 브랜드를 알리는 단순한 수단으로의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철학으로써 존재한다.

 

한섬 관계자는 "시스템, 시스템 옴므와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각기 다른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창적인 스타일과 문화를 창조해 왔다"며 "이번 협업 프로젝트에서는 ‘유일함과 멋’을 주제로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의상에 멋스럽게 녹였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말마따나 정체성과 정체성의 만남이다. DC와 마블 세계관이 만난 것과 같은 세계관과 세계관의 만남이다.

 

이번 캡슐 컬렉션은 ‘BTS|SYSTEM 특별 사이트(www.systembts.com)’와 BTS의 공식 상품 판매처 ‘위버스 숍(Weverse shop)’에서 사전 구매할 수 있다. 판매 채널 또한 동등하게, 아니 BTS의 세계가 좀 더 우선적으로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팬들이 굿즈를 구입하는 위버스 숍에서 브랜드의 유통 채널보다 먼저 판매되는 것이다. 강력한 IP는 제조와 유통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되겠다.

 


시스템은 영리했다. BTS의 세계관을 빌려 자신의 브랜드 서사를 확장시켰다. 이를 통해 1차 캡슐 컬렉션의 흥행은 물론 이어 2차, 3차 컬렉션 또한 어느 정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리라.

 

미국의 철학자 아서 단토(Arthur Danto)는 “평범한 비누 상자인 브릴로 상자를 작품으로 탄생시킨 워홀이 등장하면서 예술작품에 특별한 방식이 없다는 점이 자명해졌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분류가 가능한 아티스트 BTS에 적용시키고자 가져온 표현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활용한 영리한 행보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굳이 들고 싶어 식자의 말을 빌렸다.

 

이미 BTS 행보 하나하나는 현대 예술사의 기록이 되고 있다. 영리한 마케터들은  기록에 다양성을 더해야  것이다. 단순한 브랜드 화보와 영상의 오브제로서 아티스트가 아닌, 브랜드의 세계관을 확장시킬 세계관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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