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호 Aug 09. 2017

대한민국 창업에 대한 비판과 권고

사업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한 근 2년 동안 나는 스타트업 현직 주자로써 최대한 중립의 입장에 서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덜 실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소견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보고 듣고 겪은 다양한 일들은 언젠가 올바른 잣대를 가진 청년창업실패재단의 건립을 꿈꿔오던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오늘의 주제를 떠올리게 하였다. 따라서 오늘은 '창업이란 결코 한 번 해보고 말 것이 아니라는 경각심'과 더불어 '창업이 경제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일부를 비판하고자 한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창업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경제를 일깨울 최선의 방법'이 아닌 솔직하게 창업자의 인생에서 '최후의 보루'(*마지막 희망이자 실패의 인생을 방어할 저지선)라는 사실을 명확히 짚어보는 바이다. 왜? 안정적이거나 충분한 소득이 있었으면 창업을 생각했겠는가? 대부분은 아닐것이다. 혹여나 안정적인 상태였다면 더욱 고심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창업에 관련된 추가경정예산으로 약 1조 5천억 원이 조성되었음을 발표하였고, 이 중 중소기업 청년 취업지원사업에 80억 원, 재기지원 펀드에 3000억 원, 창업사업화 및 창업 관련 펀드에 1조 가까운 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와 관련하여 추경이 통과되기 직전 본 추경이 창업조성금액에 있어서 적절한 편성인지에 대하여 국회 창업정책 관련 자문을 요청받았다. 당연히 '아니요'라고 말하였다. 우선 정부가 말하는 창업은 생계형 수단의 자영업이 아니다. 대부분 IT기반의 기술창업이나 4차 산업과 같은 혁신적 사업모델을 의미한다.


첫 번째 지적은 예상하는 신규 창업자들 가운데 IT기반을 충족시킬만한 인프라가 사회에 충분히 존재하는가에 있다. 이미 탄탄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IT 인프라의 끊임없는 수급과 몸값을 올린 가운데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준의 적절한 인프라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2~3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여 체감하더라도 현재 사회에 남은 IT 인프라는 솔직하게 신입에서 5년 차 미만이 제일 많아 보인다. 여기서 IT 인프라는 개발자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할 때 들어가는 모든 인프라를 의미한다.


두 번째 지적으로 과연 본 추경 혹은 창업 지원금으로 창업의 생존을 유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관점이 없다. 이 예산으로 1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하자. 정확하게는 그 해 1만 개의 사업자등록증이 발부된 것이고, 이후 사업 부채(가계부채)가 증가되었을 것이며, 담보가 없는 창업자들은 멀쩡한 신용을 담보로 융자를 갚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끊임없이 탄생해 나갈 것이다. 만약 당신이 4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일정 기간 후 월 150만원 정도는 균등상환을 해야할 것이나 만에하나 사업이 잘못되어 직장을 다니게된다 할지라도 사회초년생이라면 월 평균 급여로 꾸준한 상환이 해결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술보증으로 대출을 받았더라면  사업영속성이 없음으로 밝혀지는 순간 일시상환을 요구해 올 것이다. 간혹 실패 시 융자금 일부 면제제도를 가지고 있는 청년창업대출도 결국 당신이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혜택이 가능한 이야기다.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모두 내가 겪은 사실이기에. 또한 아니라고 한다면 경제의 희망 주체들이 왜 매년 정부의 노력속에서 늘어는 나는데 몇 십년간 각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하양세를 기록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나는 '아니오'라는 답변의 이유가 성립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중소기업(자영업자 포함)들이 1명을 채용할 때 1+2, 1+3의 채용이 가능하도록 고용기간 동안만큼 100%의 추가 인건비용을 제공하는 쪽이면 어떨까 제안했다. 물론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이다. 심플한 이유로 '예비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창업을 할 만한 인프라가 없다'에 초점을 두었고, 순수한 서민들을 살살 꼬셔 애먼 대한민국의 경제 마루타로 떠밀기보단 창업기업에겐 인프라 확보의 기회를, 예비창업자들에겐 스타트업의 우선 참여 기회라는 현실에 충족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내가 11년 동안 4번의 창업을 겪으면서 알게 된 순환구조로 볼 때 이 추경은 그리 명석한 계획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시도하여 실패의 원인을 깨닳아 다시 재기를 꿈꾸는 진정한 기업가 DNA를 가진 재도전자들을 더욱 밀어주는 것이 발전에 이바지 될 가능성이 높겠다.


현재 존재하는 정부기관의 인건비 지원사업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임대보증금 지원사업만 보더라도 왜 기업이 적극적이지 않고, 예산이 남아 1년 내내 홍보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들여야 하는 품에 비해 비교적 얻는 가치가 적기 때문이다. 참고로 기업은 1명의 인력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연간 비용은 해당 인력의 연봉 대비 150% 정도가 추가로 발생된다. (교육, 장비, 식대, 퇴직금, 4대보험비, 실수로 인한 손실 등) 그렇기에 추가 인력비에 100%를 지원하여도 기업은 자가 부담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됨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러한 예산을 기획할 때 최소한 현장 인터뷰를 해보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 뿐만이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성과를 돈으로만 계산하는 그대들을 비판하며, 더불어 순수한 스타트업이나 창업자에게 알린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불변할 것이고 분명 여러분들 인생의 수명을 닳게 할 것이니 차라리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고 담배를 태우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우스갯소리이다.) 몇 년 전 스타트업으로써 좋은 성과를 내던 기업 대표님이 불현듯 잠수를 탄 지 약 2년. 뜻하지 않는 연락으로 부랴부랴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대기업의 제안을 어쩔 수 없이 승낙하여 나와 같이 아주 소규모로 EXIT을 하였고, 웬만해선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숨어 지냈다고 한다. 그간의 빚은 청산 했고, 팀원 소수를 제외하고 팀은 해체되었다고 했다. 나는 그만 울컥해서 만석이던 카페 안에서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아니 대표님! 그게 왜 부끄러운 일입니까! 우리처럼 비즈니스 사이클을 돌아본 경험자가 어디 많습니까! 우리 좀 더 당당해집시다!"라고 외쳤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 대표님은 팀원들과 자신의 삶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타협을 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우리의 대화.


"김 대표님. 그래도 대기업에 와서 내 아이템이 녹여지고 돌아가는 걸 보니까 감탄스럽긴 합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고객의 초점도 보이고요. 하지만 무서운 것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으니 접근하는 방식이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사건들이 많습니다. 아마 이 사업, 내가 이끌었어도 끝내 못 이루었을 사업 같아 보이더군요. 그리고... 더욱 느끼는 것은 솔직히 스타트업들의 희망은 점점 더 없어 보입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제는 사실상 대한민국에 먹거리가 거의 없어 보여요. 회사 내부에서도 혁신을 갈구하는 것은 정말 찾아보기 힘듭니다. 돈이 될 것 같은 시장에 몇 천억 몇 조원을 물 쓰듯 들이붓고, 거대한 조직도 유지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마당에 앞으로 국내 스타트업은 이 좁은 대한민국 안에서 더욱 더 EXIT를 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요." 나는 이 말에 완전히 공감했다.


왜냐하면 나도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이디어로 중무장한다 할지언정 이미 그 어떤 방식이든 어떠한 규모의 기업이든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돈이 되는 시장에서 카피캣으로 접근하여 수익성을 최우선 과제로 하여금 IPO를 바라볼지, 최단기간에 덩치와 몸집을 키워 M&A와 같은 EXIT를 공략할지 매일마다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혁신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의 기준이 성립되려면 혁신성을 입증할 때까지 끝이 없는 인프라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며, 수익성보단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10년 이상을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엘론 머스크가 로켓의 1단 추진기를 수거하여 재활용하겠다는 혁신도 성공하기까지는 13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외치고 있는 기술 창업이 미래의 원동력이 맞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솔직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창업 혹은 스타트업은 현실적으로 볼 때 혁신형 벤처가 아닌 자영업과 유사한 자생업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백억 천억을 처음부터 꿈꾸지 말고 1억을 벌어먹고 우리 가족 우리 회사 식구 살 고민을 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고,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써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인정해야만 살아남을 것이다. 혁신은 우선 살아남고 나서 이후의 고민이다.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세계 스타트업 100곳 중 57곳 국내법 적용땐 사업 어려워 (2017. 07. 13_파이낸셜 뉴스)

세계적 대박 스타트업 아이템은 아예 한국에서 창업할 꿈도 못 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 서울은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통해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개 글로벌 스타트업에 한국 현행법을 적용할 경우 13곳은 사업을 시작할 수조차 없고, 44곳도 일부 사업을 바꿔야 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고 지적. 이를테면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숙박업 요건 미충족, 차량호출업체 우버와 디디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저촉으로 국내 사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정부 정책이 구호에 그치고, 현실적 규제개선 노력이 뒤따르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혁신을 꿈꾸는 기술창업도,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서비스 창업도 거쳐야 할 장애물은 많다.>



요즘 시간이 허락될 때면 무슨 공모전 결승전이나 대회에 참관하곤 한다. 최근 농업테크 시장엔 어떠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가 궁금하던 찰나 시장의 동태를 살펴보기 위해 관련 공모전 결승전이 있다고 하여 팁스 타운을 방문하고 왔다. 역시나 대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한 풋풋한 친구들이 기관담당자나 교수진들(사업 경험이 전무한)로 보이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짹깍짹각 5분 10분의 시간을 재어가며 열띤 발표를 하고 있다. 잠시 후 새로운 팀이 나오더니 쌀을 직거래하여 마진율을 높이겠다고 하는 사업모델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 이후로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함께 동석한 CEO께서 말씀하시길 현재 시장의 쌀은 농민이 파는 쌀보다 마트에서 파는 쌀이 더 싸다고 하였다. 쌀농사를 짓는 지인에게 쌀을 사겠다고 하면 그 쌀 마트에서 사다 주겠다고 하셨단다. 창업 관련 엑셀러레이터나 창업 컨설턴트들의 역할이 좀 더 내려와야할 것이다. 최소한 공모전이나 대회의 과정에 들어가 생존력을 올려주어야 한다. 결승전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뽑아서 상과 돈을 주어야 할 것이고, 그것을 받은 누군가는 자신의 사업성을 성공의 가능성이라 착각하여 본인만의 세계로 뛰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흔들린 멘탈에 사경을 헤매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는다.


정리하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창업이 절대 우리들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최선인 마냥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어른들은 더 나쁘다' 라는 것을 지적한다. 물론 나도 허구한 날 말하는 사회적 인식에 빗대어 본다면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나 또한 순수하게 혁신을 꿈꾸며 수 없이 실패하여 본 결과 남는 것은 자기 위로 말고는 없었다. 명예도 없었고, 돈도 없었고, 친구도 없었고, 가족이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은 해주고 싶다. 나 또한 철저히 10년이 넘는 도전의 기간 동안 나름의 생존 방식을 찾아내었고,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매일 배고픔에 시달리던 현실적인 도전자에서 끊임없이 자생업을 꾀한 결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을 만한 타협자가 되어 있음으로 당당한 값어치를 바탕으로 본 글을 통해 잘못된 사회의 통념과 모순을 지적할 권리가 있다 생각한다. 


실패란 없을 수 없고, 되려 꾸준한 실패는 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성공적 결과만 벤치마킹 한들 실패를 누적하며 쌓아올린 원조의 경험치는 절때 앞서 따라 잡을 수 없다. 따라서 누군가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기본기가 탄탄한 기업가로 성장할 것이지만 대부분은 몇 년 가지 않아 무릎을 꿇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여 새로운 출발 전 스스로 오랜시간 도전과 끈기로 버텨낼 역량이 준비되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하겠다.



부디 정부는 새로움보다 현존하는 정책의 심도 있는 집중과 개선으로 구조의 혁신을 일깨워주었으면 하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경제의 희망이라 함부로 소리치지 말 것이며, 사회는 실패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창업가들을 경제의 척후병으로 바라봐 주어야 할 것이다. 정체되어 있는 시장을 끊임없이 흔들어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창업가들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 창업이라는 영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매우 가파르게 기울어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리라.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은 마음속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성급하게 목매이지 않는 것이 더욱 오래 유지될 길임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사료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