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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렌베리스 Aug 31. 2016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 남자는 왜 동유럽에 살고 있을까'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

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다.


"귀하의 책과 인터넷상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저는 현재 대기업 부장으로서 연봉이 9000만 원 정도입니다. 명문대 석사 출신이며 자산은 집 한 채와 약간의 주식이 있습니다.

와이프는 가정주부이며 모여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아이는 두 명이 있습니다.

귀하가 계신 유럽으로 이민을 준비 중인데, 1억 원을 투자해서 월 500만 원의 순수익이 나는 아이템이 있으면 이민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가 가진 과거와 현재가 사뭇 부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한 가지 궁금한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가 이 분은 뭘 원하는 걸까..,?'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의 새로운 라이프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반평생 힘드디 힘든 직장생활을 해 왔으니 이제 쉽게 돈을 벌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뭔가 나 같은 사람에게 은근히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유럽 이민을 하는 데 학벌이나 재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 살면서 세금 제때 잘 내면서 비자 연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이 지나면 무범죄 증명서와 함께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1억 원으로 안정된 500만 원 순수익은...  그런 게 있다면 제가 하고 싶네요..."라고...

거기에 덧붙여

"혹시라도 선생님의 메일 내용에 가능하다면서 일을 진행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확인, 또 확인하고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라는 짤막한 글도 남기면서...




이 글은 브런치에 올리는 첫 번째 글이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봤는데 영 마음에 내키질 않는다. 그럴 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휘갈겨 써야 한다는 것을 몇 차례 경험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 가끔 메일, 카톡으로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을 해주면서 항상 머릿속에 되뇌는 문장을 제목으로 삼았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이곳 슬로바키아에서 회사를 다닌 지 5년째가 지나면서부터 앞길이 뻔해 보이는 게 하루빨리 회사를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4년을 더 다닌 후에 독립을 했지만 말이다.

그때 나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회사일이란 게 도무지 몸과 마음과 머리에 대해 조금도 쉴틈을 주지 않는다. 그럴 땐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하게 하나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내가 뭘 좋아했고, 뭘 잘했고, 어떤 것에 흥미를 가졌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쭉 거슬러 올라갔다.

회계? 공정관리? 엔지니어? 토목? 나한텐 굶어 죽기 딱 좋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국민학교(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출신이다) 때부터 계속 일기를 써왔었다. 스무 살 땐 맥킨토시 편집 프로그램 배운다고 밤새 명동거리를 싸돌아 다녔던 기억도 난다. 게다가 고3 시절 6월. 한창 학력고사 준비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에 이탈리아 월드컵을 기록한답시고, 스포츠신문 3사(일간, 조선, 서울)를 매일 사서 노트에 스크랩을 했던 정신없던 시절의 존재를 찾아냈다.


어쨌거나 하나를 찾아냈다. 아니, 무언가 꼭 나타나야만 했기에 이걸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그 무엇"을 하기로 했다.

단행본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고, 유럽을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메거진을 만들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런데, 그럼 이걸로 어떻게 먹고살지? 글 쓰고 사진 찍는 다고 누가 알아서 내 통장에 입금을 딱딱해주는 것도 아니고...  또다시 메마른 현실로 돌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로부터 3년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의 나는 글도 쓰고 매거진도 만든다. 하지만 이건 돈을 버는 아이템은 아니다.

한국에서 만든 공장 설비를 유럽과 터키에 판매를 하고, 그간의 유럽 경험을 살려 유럽에 위치한 한국 회사들의 코디네이팅을 하면서 먹고살고 있다. 앞날이 어찌 될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어쨌건 먹고살고 있다.

주거지는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라는 곳이다.

회사로 따지면 '글 쓰는 일'은 지원팀, '공장 설비 일'은 영업팀, '그간의 유럽 경험'은 제조생산팀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글 쓰는 일도 돈을 벌어오는 영업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지원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모든 시작은 '내가 진짜로, 정말, 그토록 원했던'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들고 다른 이들에게 정겨운 관심을 가진 데서 비롯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항상 가슴속에 담고 살면 정말로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마도 매사에 순간순간 행해지는 작은 의사결정이 나 자신도 모르게 그쪽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 살고 싶었던 어린 시절부터 매사의 모든 결정을 나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했었던 것, 그리고 소박하지만... 테니스 서브를 잘 넣고 싶다, 나만의 작은 공간을 가지고 싶다...처럼 하찮은 것 모두 말이다.



한국으로 휴가차 혹은 출장차 방문을 하게 되면 몇몇 동생들이 항상 나를 불러내는데, 유럽여행 몇 번 다녀온 경험으로 아예 유럽에 눌러앉고 싶은 동생들이다.

형 혹은 오빠로서 왠지 의무감이 들게 끔 되는 자리인지라, 그들은 나를 불러 놓곤 이렇게 이야기한다.


"형! 꼭 이예요! 꼭!  거기에 사람 구하는 데 있으면 저한테 먼저 알려줘야 해요."

"오빠. 오빠가 할 수 있는 한 내 자리 꼭 알아봐 줘야 돼. 되든 안되든 내가 넘어가서 인터뷰 먼저 볼 거니까. 꼭이야 꼭."


때마침 이곳 한국 회사 법인장이 사람을 급히 찾고 있었고, 이 동생들의 신상명세를 잘 아는 나로서는 궁합이 맞겠다 싶어 적극 추천했다. 법인장도 일단 얼굴 보고 몇 가지 물어보는 형식을 취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웬만하면 채용해야 하는 지라 급히 동생들에게 연락을 했다.


"어... 형... 내가 지금 사귀는 여자 친구한테 좀 물어봐야 할 거 같아. 그래서 지금은 좀 어렵고..."

"아.. 그래? 근데.. 내가 지금 회사를 막 옮겨서 적응하는 중이라서..."


이... 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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