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렌베리스 Jun 03. 2017

유럽에서 먹고살기(2)

퇴사를 해야 그 다음 행선지가 보인다

먹고 살기 위해서 퇴사를 한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이 있나 싶다. 하지만 정말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동유럽에 위치해 있는 한국대기업의 해외법인이며, 현지채용 한국인으로써 10년 가까이 근무중이었다. 

환율 좋을 땐 실수령액 연봉이 8000만원이 넘고, 거기에 주택, 국제의료보험, 차량, 연2회 보너스 등의 금전적인 지원 이외에 대인관계에 어느정도 회사를 배경으로 삼아 사회생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처음 회사를 그만둔다고 결심 한 후 1년 후에 실천에 옮겼다. 

나름 진지했고 주위의 친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을때 크게 두가지 반응이 왔다.

"너, 뭐 크게 잘못한 거 아니야? 왜? 상무님이 그만두래?" 혹은

"그만둔다고 말하는 사람 치고 그만두는 사람 보기 쉽지 않다." 하며 맘에도 없는 소리 하지말라는 반응.


그리고 회사입사 9년째 되던날 퇴사를 했다.

2013년 3월말이었고 내 나이 만 40세였다.

그저 막연하고 희미한 계획만 가지고 있을 뿐 앞으로 당분간 고정적인 수입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월 지출되어야 할 금액은 애학비, 생활비, 아파트 할부금, 의료보험료 등으로 적어도 2500~3000유로(약 3~400만원)정도 예상된다. 

약간의 은행잔고과 몇개월 후 끝나는 아파트 할부금에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그만두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는 것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회사가 나를 언제까지 나를 케어할 것인가? 

내가 뭐 이쁘다고? 라는 생각이 강했다.

인생 80까지 산다고 치고, 제 아무리 난다긴다 하더라도 50대 중반이면 알아서 나가줘야 하는 현실이다.

그럼 50대 중반에 뭔가 새롭게 시작해서 남은 30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뭐 그 나이에 제대로 걸어나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니와 누가 나이든 사람을 파트너로 쳐주겠냐는 거다.

또, 그날이 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경제력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지금 이순간 한살이라도 젊고 그나마 머리라도 돌아가는 이 나이에 뭔가를 준비해서 죽을때 까지 먹고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속물이 아니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즐거움을 찾고 금전적으로 절대로 아쉬워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어쨋건 나는 백수 아니 자영업자가 되었다.

영주권이 있으니 거주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미리 회사도 하나 만들어 두었다.

이름하여 CDS Koea.  이제 일거리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9년간 직장생활을 했으면 적어도 10분의 1인 9개월 동안은 쉬어도 되지 않나... 하는 무책임(?)한 생각뿐이었으니까.


그렇게 한달이 흘러갔다.



...




작가의 이전글 유럽에서 먹고살기(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