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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렌베리스 Jun 05. 2022

유럽 조기유학 이야기

아일랜드편

자명종 소리에 부스스 일어난 J모 양은 이제 더블린으로 온 지 2년이 지난 조기유학생이다.

Secondary School 4학년 과정으로 우리의 고교 1학년에 해당한다.

2년전 아버지의 친구분의 소개로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고, 마침 현지에서 조기유학 업무를 하는 한국인의 도움으로 이곳 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식사를 차려 준 호스트마더는 올 해 50세이다. 남편은 10년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시집간 두 딸이 주말마다 찾아오고, 세마리의 애완용 강아지와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J 양 덕에 그리 외롭지 않다. 

아침식사는 늘 그렇듯이 우유에 시리얼, 식빵 그리고 천연소세지이다. 언제부터인지 이곳 스타일의 아침식사가 당연스레 되었다. 호스트마더는 J 양에게 또 잔소리를 한다. 저녁을 먹고 올 것이면, 꼭 자신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한다.

어제도 J양은 한국인 친국들과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호스드마더에게 전화를 하지 않아, 이 호스트마더는 약간 짜증을 낸다.

J양은 미안하다며, 얼굴을 비비는 인사를 하고 등교길에 나선다. 

집앞 버스정류장은 언제난 만원이다. 매일보는 주근깨 투성이의 아일리쉬, 점퍼차림의 동유럽아저씨, 말굽구두를 신은 같은 학교 여학생...

버스가 오고 버스를 타며, 4주짜리 정기권을 판독기에 넣는다. 정기권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날짜를 확인해 준다. 

학교는 더블린 남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도 아일랜드에서 부자동네에 해당한다.

아이들도 모두 깔끔하고 부티가 난다. 친구들 중에는 호텔사장 딸도 있고, 국회의원 딸도 있다.

공립학교이지만, 아이들의 대부분이 아일리쉬이다. 외국인은 같은 한국인 5명과 중국인 서너명, 그리고 나이지리아에서 온 대여섯명이 전부이다. 

오전에는 불어와 아일랜드어를 배웠고, 점심을 먹고 난 후 수학을 들었다. 아일랜드에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완벽하게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의 말은 거의다 알아듣는데, 같은 반 친구들의 말은 반정도만 알아듣는다.

이게다 J양의 자업자득이다.

처음에 왔을 때부터 이런저런 핑계로 한국친구들과 어울려다니고,  한국에는 휴가때 마다 가고...

전화오는 친구들도 다 한국친구들이다. 

4시가 되어 학교가 끝나자 학교 앞은 차를 몰고 온 부모들로 붐빈다.

자전거로 집에 돌아가는 학생, 나이어린 동생과 같이 집에가는 학생, 이제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아들을 마중나온 중국인 엄마...등등

J양은 오늘도 친구와 약속이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석달간 랭기지코스를 다녔는데, 그 때 만난 언니, 오빠 들이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어 이번엔 집으로 전화를 한다. '저녁을 먹고 가겠다' 면서 호스트마더에게 전화를 한다.

외로운 저녁식사를 하기 싫은 호스트마더는 쌀쌀맞게 전화를 끊는다.

J양은 혼잣말을 한다...  '집을 옮기던가 해야지...' 

저녁 8시에 집에 돌아간 J양은 다시 호스트마더로 부터 주의를 듣는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은 집에서 저녁을 먹어라.... 하면서, 눈은 텔레비젼을 응시한다. 

'참, 오늘이 MTV 유러피언 어워드 하는 날인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엄청 나오는데...'

하지만, 호스트마더는 10시가 되자 텔레비젼을 끈다.

'이제 올라갈 시간이다...' 

J양은 역시 혼잔말을 중얼거린다....

'빨리 졸업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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