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스트레스 없는 신축 아파트 산책하기
대단지 아파트에서 작은 평형은 비선호동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아파트 임장을 다니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그것이었다. 요약하면 이런 것들이다.
첫째. 기찻길 옆
거실 창문을 열면 기차가 덜컹덜컹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단지를 산책하면 바닥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넓은 평형이 있는 동이 천변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기찻길 옆이면 역까지 도보로 가깝기라도 해야 하는데 내가 매매할 수 있는 아파트들은 그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둘째. 대로변
거실 창문을 열면 도로의 대형차들이 내는 소음이 들렸다. 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넓은 평형이 있는 동이 공원과 인접해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셋째. 등산로 초입
소형 평수가 있는 끝동은 산과 가까워 언덕이었고 넓은 평형이 있는 입구동에 비해 대중교통이 열악했다. 입구동까지 10분 정도의 시간을 더 써야 하는 끝동이었다.
나는 세 번째 조건을 선택해서 살게 되었고, 그렇게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입구동보다 10분을 더 걸어야 할 때가 있지만 걷는 길이 쾌적하기 때문이다.
세 아파트 모두 신축이어서 지하 주차장이 있다는 점은 동일하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첫 번째 아파트와 두 번째 아파트보다 걷기에 더 좋다. 기차 소음과 진동, 도로 소음과 매연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분을 더 투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인도에서 10분 더 걷는 것과 아파트 단지 안을 10분 더 걷는 것에도 차이가 있었다. 단지 안에는 차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기 때문이다. 인도로 이동할 때는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고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단지 내에서 10분 더 걷는 것은 아름다운 조경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싱그럽고 가을은 울긋불긋하고 겨울의 설경은 낭만적이다. 자동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더 걷는 일은 행복하기까지 했다. 행복함을 느끼기 어려운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끝동 앞에 있는 작은 버스정류장에서 5분 간격으로 오는 마을버스를 탄다. 단지 내를 한 바퀴 돌아 나가는 버스기에 걷는 것과 소요 시간은 차이 나지 않지만 편리하다. 삶의 질이 극적으로 상승했다.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는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파트 한 바퀴를 더 산책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원하는 집에서 산다는 것은 이런 느낌의 안정감을 주는구나. 만끽해 본다.